[세태기획] 수억원하는 내 집 꿈 포기… 요즘 젊은세대 월세 살며 외제차 탄다

입력 2015-01-23 03:17
젊은이들 사이에 ‘내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외제차가 채워가고 있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 미래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기보다 지금의 나를 ‘치장’하는 게 더 중요해진 것이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어찌 보면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비정규직 사회에 갇힌 우리 청년들의 자화상인지 모른다.

회사원 김호중(가명·32)씨가 그렇다. 그는 지난해 작은 IT 회사에 들어갔다. 2년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손에 쥔다. 서울 홍대 근처 원룸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을 주고 생활한다. 조금씩 모은 돈은 최근 BMW 320i 승용차를 중고로 구입하는 데 썼다. 외제차 가격이 떨어지면서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김씨처럼 외제차를 굴리는 이들은 지난해 22만3174명으로 전년보다 34.3% 늘었다. 본인 소유 집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벌써 포기했다. 수억원에 달하는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아예 엄두가 나지 않는다.

22일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주거 실태조사’에서 ‘내 집을 꼭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체 응답은 20.9% 정도였지만 34세 이하 가구주의 경우 29.1%로 유독 높게 나타났다. 청년 가구주 10명 중 3명은 굳이 내 집이 있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은 2010년 조사(19.9%)보다도 10%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대신 임대가구 중 월세(전 연령층 기준) 비중은 55.0%로 2년 전보다 4.5% 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내집 마련을 포기하고 월세를 택하는 이유를 고용시장에서 찾는다. 비정규직이나 단기 일자리가 늘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스며들었고, 인생의 가치가 현재 중심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 연속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면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만족하는 것이 청년들의 인생에 있어 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월급으로 집 사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예 포기해 버린 것”이라며 “자기만족을 집에서 찾기 어려워지니까 다른 것(외제차)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결혼에 대한 젊은이들의 가치관 변화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다. 혼인과 출산을 하면 본인 소유 집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게 되는데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이 늘면서 내집 마련의 욕구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