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35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1년5개월여를 끌어온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9년이 선고된 이석기(53)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사법정의는 죽었습니다”라고 외쳤다. “우리의 진실은 그 무엇으로도…”라고 말을 이어갔으나 방호원들에게 떠밀려 제대로 말을 마치지 못한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선고 전부터 대법원 부근에는 취재진과 방청객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일부 방청객은 검색대 통과에 거부감을 보이며 대법원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방청권을 받지 못한 지지자들은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1시55분쯤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 노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입장한 이 전 의원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지자들이 “의원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자 손을 흔들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법정 맨 앞자리에 앉아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움직이지 않았다.
5분 뒤 대법관 13명이 입장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체 없이 가운데 자리에 앉아 선고를 준비했다. 심호흡 후 그간 이어진 논란과 정쟁에 마침표를 찍듯 굵고 또렷한 목소리로 선고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 전 의원은 선고 내내 무릎에 올린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긴장된 모습이었다. 내란선동이 인정된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손을 파르르 떨기도 했다.
양 대법원장이 “상고를 기각한다”며 확정 판결한 뒤 일어서자 대법정은 오열, 눈물,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피고인들의 가족들은 법정을 떠나는 남편,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억울합니다. 힘내십시오”라고 외쳤다. 이 전 의원의 누나는 동생이 떠난 빈 법정에서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그래도 기대했는데. 하늘도 없고 땅도 없고 우리나라 법도 없느냐”며 오열했다.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홍열 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의 부인도 “대법원이 이거밖에 안 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방호원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지지자들은 “박근혜정부 말기다. 아버지와 똑같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 “대법원이 헌재 이중대냐”라고 외쳤다. 장내 소란은 10분여간 계속됐다.
선고 직후 변호인단은 법정 밖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은) 공안 통치를 부활시키는 데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단언컨대 이 사건은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 선고를 받을 것”이라며 “가까운 장래에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밖에선 보수·진보 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진보단체 회원 300여명은 대법원과 대검 정문에서 ‘내란음모는 조작’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서초역 사거리 인근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석기를 극형에 처하라”고 맞섰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주변에는 경찰 9개 중대 800∼900명이 배치됐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이석기 내란선동 유죄] 李유죄 확정되자 손 파르르… “사법정의 죽었다” 고함
입력 2015-01-23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