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男超) 현상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중국이 불법 태아 성감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가 산모 혈액을 통한 해외 태아 성감별을 강력히 단속할 계획이라고 신화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초음파 등을 통한 태아 성감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이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하고 있지만 중국 내 태아 성감별은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모의 혈액 샘플을 홍콩 등으로 보내 성감별을 하는 신종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대행사들은 온라인 광고를 통해 “DNA 검사를 통해 혈액 샘플 도착 후 하루 만에 태아의 성을 감별해줄 수 있다”고 홍보하며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생육위와 공안부 등 14개 부처가 합동으로 혈액 불법 이동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나섰지만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콩과 인접한 선전시를 통해 혈액 샘플이 홍콩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선전시 세관에서는 215개의 산모 혈액 샘플이 적발되기도 했다.
생육위는 앞으로 온라인 광고를 엄격히 금지하고 검색 엔진을 통해 관련 광고가 검색되지 못하도록 차단할 계획이다. 또한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자에게 포상 방침도 정했다.
하지만 혈액 태아 성감별이 쉽게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불법 대행사들은 한때 택배를 통해 대량으로 혈액 샘플을 홍콩으로 배송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편으로 2∼3개의 샘플을 옮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한 대행사 관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일부 업체의 경우 현재 평균 4000위안(약 69만원)의 비용에서 10% 이상 할인하는 방식으로 대륙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남초 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대륙(홍콩, 마카오 제외)의 인구는 전년 대비 710만명 늘어난 13억678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남성은 7억79만명으로 6억6703만명의 여성보다 3376만명이 많다.
남녀 성비는 105.06대 100. 지난해 출생한 인구만 놓고 보면 남녀 성비는 115.88대 100으로 올라간다. 생육위는 “중국의 남녀 성비 불균형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하이난성의 경우 남녀 성비가 135.64를 기록하는 등 중국 상위 5개성의 평균 성비는 1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 결혼 적령기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4000만명 많아져 남성 5명 중 1명꼴로 배우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임부 혈액으로 태아 성감별… 中 신종수법 성행
입력 2015-01-23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