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석기 등의 내란선동죄 결코 가볍지 않아

입력 2015-01-23 02:31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22일 내려졌다. 혐의가 드러난 지 1년5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를 인정했으나 사건의 핵심 쟁점인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의 2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내란을 음모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대법원이 이 사건을 형사1부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내린 결정인 만큼 대법원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대법원은 RO의 존재를 인정해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한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의 1심 판결과 달리 내란음모죄 성립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했다.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폭동의 대상과 목표에 대한 합의,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 전 의원 등이 내란을 사전 모의하거나 준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게 무죄 판결의 근거다.

형법 90조 1항에 규정된 내란음모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음모했을 경우 적용된다. 이 죄가 적용된 사례는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과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독재정권이 조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사건들은 당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재심을 통해 모두 무죄로 확정됐다. 내란음모죄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량이 무겁기도 하지만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행사가 위축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14명 가운데 4명이 내란음모 무죄 판결에 반대한 것은 이 전 의원 등의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내란선동 혐의에 대한 유죄 선고는 지극히 당연하다. 이 전 의원 등이 회합 참석자들에게 전쟁 발발을 예상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 구체적 행동을 촉구한 것은 내란음모에 가까운 행위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죄를 참회하거나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사법정의는 죽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가볍다는 느낌마저 든다.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에 이어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통진당과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정치적 판단은 남았다. 구 통진당 측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분명한 건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시대착오적 도그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정치적으로도 사형선고를 면치 못한다는 점이다.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 질서를 존중해야 그나마 실낱같은 살길을 찾을 수 있다.

이번 판결로 보수·진보 간 이념 논쟁이 다시 가열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치권부터 상대를 깎아내리는 정쟁의 수단으로 대법원 판결을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