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들어가기 전에 막 떨리는 그 느낌도 즐겼어요. 심장 소리가 귀에서 들릴 것 같은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배우 홍은희(35)가 연극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다시 무대 위에 섰다.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멜로드라마’를 통해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작품은 사랑에 관한 통속극이다. 그가 맡은 결혼 10년차 큐레이터 강서경은 결혼이라는 약속을 깨버리지 않기 위해 남편을 의지적으로 사랑하다 우연히 알게 된 드라마 작가 박재현(박성훈·조강현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의무처럼 지켜온 사랑을 져 버리고 진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는 사랑이라는 실체에 가까이 다가간다.
공연 4주차에 접어든 22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한 카페에서 홍은희를 만났다. 그는 “한 신 한 신 작품을 곱씹어보고 심도 깊게 연습할 수 있는 ‘실전 기회’라는 생각에 무대에 서기로 했다”며 “역시나 연극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느끼며 공연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주 공연을 보러 온 남편 유준상(46)에게 “연기가 늘었다”는 칭찬도 받았다며 웃었다.
작품은 장유정(39) 연출이 직접 썼다. 유준상 또한 장 연출의 작품인 뮤지컬 ‘그날들’에 최근까지 출연하는 등 부부 모두 인연이 깊다. 그는 “왜 그렇게 썼고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스타일”이라며 “이번 작품도 거부감 없이 대사 하나하나를 인정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초연을 했던 2007년, 관객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나이가 좀더 들면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하게 돼 더 기쁘다”고 했다.
주로 드라마에 출연해 왔던 그에게 연극 무대는 모든 것을 직접 해내야만 하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는 “무대에서 입는 의상 코디는 물론 다림질까지 직접 해 낸다”며 “극 중 서경은 백조같이 우아하지만 무대 아래에선 모든 것들을 직접 해내느라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팀 호흡이 무척 좋아 모두 즐겁게 해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습 할 때 하루는 너무 재밌어도 다음날은 너무 힘들어 후회하면서 살았다”는 그에게 다음 작품 계획을 물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면서 했는데 막상 무대에 올리고 보니 연극은 늪처럼 발을 담글수록 빠지네요. 올해 연극 한 편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특이한 여자(캐릭터)를 찾아볼까 해요. 신인 때는 ‘오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이제는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웃음).”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인터뷰] 연극 ‘멜로드라마’로 6년 만에 무대 홍은희 “저, 불륜녀 됐어요 공연 전 떨림 즐겨”
입력 2015-01-23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