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이 22일(한국시간)부터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조별리그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6496명에 달할 정도로 대회 열기는 뜨겁다. 조별리그 24경기에선 무승부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1930 우루과이월드컵(18경기 무승부) 이후 85년 만에 새로운 기록이 나온 것이다. 팬들은 승부가 갈리며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경기에 열광했다. 하지만 참가국들 간 전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변’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회 운영 ‘합격점’=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6만5000만 달러(약 7000만원)에 달하는 호주는 숙소와 교통 환경, 경기장 시설 등이 뛰어나다. 일각에서는 대회 운영이 2014 브라질월드컵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호주 축구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개최국 호주와 오만의 개막전엔 5만276명이 몰렸다. 한국, 일본, 이란 등의 경기에도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았다.
경기 지연 시간이 줄어든 것도 흥행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AFC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60 Minutes. Don’t Delay. Play!’ 캠페인을 펼쳤다. 90분 경기 시간 중 실제경기시간(Actual Playing Time·APT)을 60분 이상으로 끌어올려 보자는 취지였다.
AFC의 통계에 따르면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평균 APT는 53.25분이었다. 프리미어리그의 63.29분, 프리메라리가 61.48분, 분데스리가 61.22분, 세리에A 65.15분(이상 2011-2012 시즌 기준)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AFC의 노력 덕분에 이번 대회에선 ‘침대축구’로 불리는 중동 팀들 특유의 시간 끌기가 많이 사라졌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공을 차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경기는 더욱 박진감이 넘쳤다. AFC는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배니싱 스프레이도 도입했다.
◇‘강자들의 잔치’ 우려=대회 운영과 달리 경기 결과에선 아쉬운 부분이 드러났다. 우선 조별리그에서 이변이 없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축구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선 많은 이변이 일어났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에 1대 5, 칠레에 0대 2로 잇따라 패해 32개 참가국 중 가장 먼저 탈락했다. 반면 ‘다크호스’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는 8강에 진출했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선 중국이 B조에서 3연승을 거두고 조 선두에 오른 것이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빅4’로 지목받은 한국, 일본, 호주, 이란이 8강에 진출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요르단 등 중동 복병들은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5월 열린 AFC 챌린지컵에서 우승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출전권을 획득한 팔레스타인은 수준 이하 실력으로 3전 전패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도 조별리그를 3전 전패로 마쳐 체면을 구겼다. 축구 열기는 뜨겁지만 수준이 높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 차가 갈수록 벌어져 아시안컵이 강자들만의 잔치로 전락한다면 대회의 가치와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이변’ 안 일어난 조별리그… ‘빅4’ 위기 없었다
입력 2015-01-23 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