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마을버스 하루 19시간 일해요”… “그 버스 무서워서 어떻게 타요”

입력 2015-01-23 02:03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마을버스 운전자의 글.

[친절한 쿡기자] 한 마을버스 운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에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습니다. 마을버스의 부당한 근무조건과 열악한 환경을 알리기 위한 글인데 가만히 읽어보면 승객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을버스 기사입니다. 제발 읽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습니다. 마을버스 운전자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입니다.

글쓴이는 “저는 이십대 후반 마을버스기사”라며 “장애인 인권을 다루는 곳에서 근무하다가 생활고에 밀려 마을버스로 내몰린 청년이다. 답답한 마음에 끄적인 글”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마을버스 기사는 일당제”라며 “격일제로 운전시간 18시간에 차량정비, 청소 등으로 19시간가량을 근무한다. 이렇게 근무해도 일당은 10만원이다. 시간대로 나누어 봤을 때 최소임금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마을버스가 시간을 지켜 움직이기 위해서는 신호를 무시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입장을 따라 시간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시간을 늦는 기사는 돈을 제대로 못 버는 기사이고 이런 기사는 제명 순위 1위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근무수칙에는 1시간10분 운전 후 10분 쉬지만 이마저도 회사에서 암묵적 압박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심지어 식사시간은 20분이라고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13분이라고 했습니다.

글쓴이는 이어 “이러한 상황에도 버스기사는 분노의 대상이다. 회사에서는 당장이라도 버려도 되는 폐품인 것처럼 대우하고 승객들은 약속을 지키지도 안전을 지키지도 않는 무뢰한이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승객들은 버스기사에게가 아니라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 분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회사에 말하고 싶은 말도 있다. 돈보다 사람 아닙니까? 눈을 마주하는 직원이 사람임을 아신다면 이런 인권유린을 그만두시길 부탁드린다”고 글을 맺었습니다.

‘9 to 5’는 꿈도 꿀 수 없고, 최소한의 휴식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마을버스 운전자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댓글로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저렇게 혹사당하고 안전운전 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죠. “그 버스 무서워서 어떻게 타냐”는 댓글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마을버스가 모두 그렇지 않을 겁니다. 글을 올린 사람의 특수한 경우일 수도 있죠. 내용이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명이라도 부당한 근무조건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린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