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공학·인문학적 시각으로 살핀 동굴·터널

입력 2015-01-23 02:20

인류의 시작을 지상과 지하로 구분해 따져본다면, 지상보다는 지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추위와 더위를 막기 위해서는 지하가 더 유리했다. 자연 동굴로 하나 둘 모인 인류는 공동생활을 시작했고 무리를 짓게 됐다. 지하세계는 인간에게 집이기도, 피난처이기도, 광물을 캐 문명을 건설한 삶의 보고(寶庫)이기도 했다.

토목전문가이면서 한 건설회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터널을 설계하고 뚫었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 지하 공간을 조명해봤다. 자연 동굴부터 인간의 힘으로 지어진 굴, 터널, 수로 등을 되짚어 본다. 지하 공간과 함께 발전해 온 발파기법, 굴착공법까지 모든 과정을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인류사, 쉼, 길, 용도 등 4가지로 나눴는데 지하 세계에 대한 풍부한 공학적·인문학적 식견이 조화를 이루며 펼쳐진다.

책의 부제는 ‘인간은 어떻게 공간과 어둠을 확장해왔는가’이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지하 공간은 교통로로, 쇼핑의 공간으로, 공연장과 경기장 등으로 넓어졌다. 효율적이고 정돈된 생활문화공간이라는 이미지도 일부 생겼지만 여전히 지상과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저자가 꿈꾸는 미래의 지하공간은 지상 추구보단 지하공간 자체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방향이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