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반드시 겪는 고통이 생로병사이다. 요즘은 생로병사를 병원과 함께한다.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가는 길목마다 닥쳐오는 각종 병을 고치며, 마지막에는 장례까지 병원에 차려진 식장에서 맞는다. 병원은 인생의 동반자이다. 대부분 병원에서 태어난 사실을 신고하는 출생증명서로 생애를 시작하고, 병원에서 인증하는 사망진단서로 생애를 마감한다.
우리 삶에 병원이 동반자가 된 것은 서양의학 때문이다. 미국 북장로교 선교의사인 알렌(1858∼1932)은 고종에게 서양식 병원 설치를 건의하였다. 고종은 갑신정변 때 민영익을 치료해서 명성을 얻은 알렌에게 1885년 4월 14일 왕립병원 광혜원(廣惠院)을 만들어 진료하도록 했다. 광혜원은 4월 26일에 제중원(濟衆院)으로 개명되었다. 올해가 개원 130주년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은 모두 제중원 전통을 계승했다고 주장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선교의사가 시작한 의료기관인 점을 중시하고, 서울대병원은 미국인 의사를 고용한 왕립제중원이 국립인 사실을 중시한다. 연세대는 올해 백주년기념관 뒤의 광혜원 건물 옆에 한옥 2채를 더 세워서 제중원 당시의 모습을 재현할 계획이다. 지하에는 환자들의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힐링 캠프를 만든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4월 ‘꿈, 일상, 추억-서울대병원 130년을 담다’라는 주제로 화보집 발간 및 사진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두 대학병원의 뿌리인 제중원
입력 2015-01-23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