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 대통령궁 점령

입력 2015-01-22 04:44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20일(현지시간) 트럭을 타고 수도 사나에 위치한 대통령궁 경호부대 막사로 진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에서 미국의 우방 역할을 해온 예멘이 쿠데타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수행하는 ‘테러와의 전쟁’의 차질은 물론 아라비아 반도 전체 정세도 불안정해질 전망이다.

AP통신은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20일(현지시간) 수도 사나에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대통령궁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후티는 예멘 최대 미사일 기지와 군사항공학교도 장악했다. 하디 대통령은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예멘 남부의 친정부 세력은 후티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아덴 공항과 항구를 전격 폐쇄했다.

후티는 지난해 9월 사나를 무력으로 장악한 뒤 정치적 실권을 행사해 왔다. 초기엔 하디 대통령에게 협조적이었으나 정부가 예멘을 6개 자치지역으로 나눠 연방제를 구성하는 내용의 새 헌법 초안을 만들자 이에 강력 반발해 왔다. 예멘 북부가 근거지인 후티는 자원이 풍부한 중부와 남부까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연방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후티는 하디 대통령을 하야시킬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하디 대통령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며 쿠데타 시도를 비난했다.

예멘은 ‘아랍의 봄’ 여파로 2012년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를 축출했다. 하지만 후임인 하디가 살레 정권 부통령 출신인 데다 개혁에도 실패하면서 혼란이 가중돼 왔다. 다만 하디 정권은 예멘 남부의 수니파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적극 견제해 왔고,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공습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AQAP는 최근 프랑스 파리 잡지사 테러 배후단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