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이 시대 최선의 가치는 공동체적 시민 윤리

입력 2015-01-23 00:20

“그 해 여름은 우울했다.” 저자는 책 머리말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 해란 2014년이다.

저자는 뒤집힌 세월호의 잔영이 자신에게 “너는 누구냐”며 질문했지만 “학식을 갖추고 공익에 긴장하는 ‘교양시민’이라 응답하지 못했다”고 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진짜 시민인지를 끊임없이 검열했다. 일상 속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저자는 ‘시민성’을 고백한다. 중년에 쓰기 시작한 안경을 잃어버린 경험을 얘기한 뒤 주관적 판단과 가치관을 걷어치우고 사람들의 진심과 본질을 투사할 안경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식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불길한 그늘이 드리운 이유를 ‘공공성의 부재’로 봤다. 대한민국 시민계층에게선 공존과 공익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했다. 유럽의 시민계층이 100여 년간 귀족계층과 경쟁하며 시민 윤리 의식을 쌓았다면, 대한민국 시민계층은 경제성장에 환호한 뒤 곧바로 경쟁사회로 돌입해 이 같은 과정을 건너뛰었다. 차이는 타이타닉호와 세월호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타이타닉호 선장은 배가 침몰할 때 “영국인답게 행동하라”고 외치며 승객을 구했지만, 세월호에선 “한국인답게 행동하라”고 외쳐야 할 사람이 가장 먼저 탈출했다. 저자는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적 헌신 등 시민윤리야말로 시민 계층임을 자처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선의 시대가치라 주장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