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초등생 루크는 엄마 아빠 할머니와 방이 4개짜리 아파트에 산다. 낮에는 아빠 엄마가 일하러 가니까 할머니가 루크를 돌봤다. 루크가 어릴 땐 놀이터에,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학교에 데려다줬다. 할머니가 만든 감자 카레는 두 그릇도 뚝딱 해치울 정도로 맛있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게 달라졌다.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나오다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한 후부터다.
그림책은 아이의 시선으로, 알츠하이머병 노인과 사는 가족의 문제를 다룬다. 사고 이후 할머니는 돋보기를 목에 걸어놓고선 찾는다고 법석을 떨고, 감자 카레를 만들며 정작 카레 가루와 감자 넣는 걸 까먹는다. 손자의 이름도 잊어먹는다.
하교 때 늘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할머니가 사라진 적도 있다. 20년 넘게 산 동네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할머니를 찾아 헤매는 꼬마 루크의 불안함, 마침내 놀이터 벤치에서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 병원에 모셔간 할머니는 결국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그림책은 치매 노인을 껴안아 가는 가족의 고통과 고민을 아이의 시선에서 따뜻하게 그려간다. 루크는 난생 처음 할머니한테 황당한 일로 뺨을 맞지만 그게 할머니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 정도로 성숙해진다. 치매센터의 도움을 받아 엄마 아빠가 할머니의 치료에 신경 쓸 때 기꺼이 돕는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아프다. “할머니의 기억이 다 사라져 버리면, 우리 할머니는 어디로 간 거지? 할머니가 나를 기억하기는 할까!”
같은 동양문화권인 싱가포르 그림책이라 우리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 몸집이 작은 할머니의 캐릭터가 ‘우리 할머니’ 같다. 김일기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할머니 어디 계세요?] 할머니 기억 되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입력 2015-01-23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