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21일 밝힌 연말정산 수정 방안은 올해부터 적용된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이라는 큰 틀은 유지한 채 다자녀·독신가구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육책 성격이 짙다.
그러나 오는 4월 여야 합의로 관련 세법이 개정된다 해도 사상 초유의 연말정산 소급적용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추가 세 부담액 분납 허용은 세 부담 경감이라는 본질에서 비켜나 있어 성난 납세자들이 이를 수긍할지 미지수다.
◇불만 많은 다자녀·독신가구 다독이기=이날 당정의 연말정산 수정 방안은 크게 4가지다. 우선 올해부터 축소된 다자녀 가구 세제 혜택이 이전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연말정산의 경우 첫 자녀를 낳은 가정은 세금 감면액이 평균 70만8000원이었다. 6세 이하 자녀 1명당 100만원에 출생 시 추가로 2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다자녀 추가 공제와 출산·입양 소득공제가 사라지고 이 모든 것이 자녀 세액공제로 통합됐다. 만약 지난해 첫 아이를 낳은 가구가 이번 연말정산으로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은 15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똑같이 첫 아이를 낳았어도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지난번보다 소득세 감경액이 55만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물론 올해부터 총소득 40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는 자녀 1인당 50만원을 주는 자녀장려세제(CTC)를 적용받게 되지만 4000만원 이상 중상층 가구는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싱글세 신설’ 논란이 일 정도로 독신가구 등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근로자의 세 부담이 증가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현행 12만원인 표준세액공제액을 상향하기로 했다. 표준세액공제는 의료비·보험료·기부금 등 특별 세액공제로 세금을 감면받기 어려운 1인 가구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연금저축공제 폭도 확대된다. 소득세율 24%(총 급여 4600만∼8800만원) 근로자라면 이전 소득공제 방식에서는 연금저축 공제 한도 400만원을 다 채우면 96만원의 세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세액공제(12%)로 전환되면서 감면액이 48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소급 적용 어떻게? 부작용 만만찮을 듯=세법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수정 방안이 나온 것은 물론 이를 바로 소급 적용한다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국세기본법에 소급과세 금지 원칙이 있어 소급 적용은 기본적으로 안 되지만 법리적으로 납세자에게 유리하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여당의 논리다. 기획재정부는 처음에는 소급 적용에 난색을 표했지만 여당의 강력한 요구에 이를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당정은 오는 5월 소급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급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떻게 소급해 되돌려줄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수정안이 또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현재 15%인 교육비와 의료비의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교육비·의료비를 포함해 현재 15%인 세액공제율을 5% 포인트 올려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세법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발의할 예정이다. 이미 수백 가지 공제 항목과 단서조항으로 ‘누더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연말정산 제도가 더 누더기가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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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2 04:29 수정 2015-01-22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