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사 간 담합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던 ‘1사1공구제’를 폐지하고, 최저가낙찰제도 종합심사낙찰제로 개편키로 했다. 담합에 적발된 건설사들이 과징금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건설산업 전반이 위축되자 이를 되살려보겠다는 취지다. 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의 입찰참가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담합 건설사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입찰담합의 적발 사례가 최근 급증하면서 국가경제의 10∼15%를 차지하는 건설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지난해 건설사 입찰담합은 42개사 18건이 적발돼 총 과징금 8496억원이 부과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8년 이후 건설 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업계의 경영성과가 매우 악화됐다”며 “입찰담합으로 유발되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우선 건설사별로 1개 공구만 수주할 수 있던 1사1공구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1사1공구제는 낙찰이 일부 업체에 편중되거나 이로 인해 부실시공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건설사별로 공구를 나눠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제한하고 오히려 담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입찰 과정에서 싼값을 제안한 건설사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줘 저가경쟁을 유발하던 최저가낙찰제도 개편된다. 정부는 건설사의 공사수행 능력, 과거 공사현장 재해 발생 비율, 임금체불 횟수,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위반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입찰담합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엔 담합행위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벌금이 2억원까지 확대된다. 건설사의 자발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해 담합에 연루된 임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
정부는 담합을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미 담합을 저지른 건설사들에 대해선 ‘봐주기식’ 정책을 마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입찰참가제한 제도에 제척기간 5년을 도입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담합 발생 시점에서 5년이 지나면 자유롭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기준을 적발 시점이 아니라 위반 발생 시점으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예를 들어 2010년 1월에 저지른 담합행위가 2014년 1월에 적발됐더라도 2015년 1월부터는 입찰참가가 가능하다. 담합 조사가 길어지면 건설사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도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또 담합행위가 해외에 알려져 건설사의 해외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응키로 했다. 정부는 해외 발주처가 문제를 제기하면 현지 주재관이 직접 발주처를 방문해 해명하고, 대규모 사업의 경우 정부 고위급 수주 지원단을 동원해 대응키로 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건설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더라도 법에 저촉된 행위를 한 건설사들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 준다는 것은 법질서를 정부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담합 차단” 1社1공구 없애면서… 5년뒤 입찰 허용 논란
입력 2015-01-22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