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도와 어부 일을 하던 캐나다 버나비 출신의 남자는 가수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역 클럽과 호텔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꿈을 키우는 건 쉽지 않았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00년 당시 캐나다 총리였던 브라이언 멀로니의 딸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그를 누군가 지켜봤던 것. 휘트니 휴스턴과 셀린 디온 등을 키워낸 명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였다.
만 15년이 흐른 현재 남자는 ‘스탠더드 팝 재즈’의 대명사가 됐다. ‘21세기 최고의 보컬리스트’라 불리는 마이클 부블레(40) 이야기다. 다음 달 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21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포스터를 만나 2003년 데뷔 앨범 ‘마이클 부블레’를 내놓은 부블레는 캐나다는 물론 미국과 영국, 호주 등지에서 성공했다. 2011년 발매된 캐롤 앨범 ‘크리스마스’는 매년 12월 전 세계 음반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저는 노래를 하면서 제가 일종의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의 일상을 음악으로 표현했어요.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더라도 제가 경험했던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곡에서 저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2008년, 2010∼2011년, 2014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정통 팝 보컬 앨범(Best Traditional Pop Vocal Album)’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팬들에겐 그의 노래가 좀 더 특별했다.
김연아가 2013년 캐나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갈라쇼 배경음악으로 쓴 ‘올 오브 미(All of Me)’가의 그의 음악이다.
“김연아 선수를 잘 알아요. 제 노래가 세계적인 무대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어요. 한 아티스트로서 다른 분야에 있는 아티스트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부블레는 한국 팬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공연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밝힌 공연 키워드는 ‘한 층 더 높게’다.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들보다 더 크고, 더 인상 깊고, 더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애정을 투자하고 있어요. 가수, 엔터테이너, 스토리텔러로 성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끝으로 팬들이 어떤 닉네임으로 불러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21세기 최고의 보컬리스트’라는 닉네임은 저에겐 값진 칭찬이지만 수식어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어요. 수십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 불리는 노래들은 그 노래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 세상에 ‘마이클 부블레’의 목소리를 새기고 싶어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인터뷰] 첫 내한공연 재즈팝 보컬리스트 마이클 부블레 “한국공연은 더 크고 더 감동적 무대될 것”
입력 2015-01-22 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