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숙식비·신앙지도로 대학생들 선호 교회 학사관 ‘세금폭탄’ 신음

입력 2015-01-22 03:16
서울 마천동교회가 운영하는 서울강동학사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이 설봉식 목사. 마천동교회 제공
서울 마천동교회가 최근 서울시와 송파구청으로부터 받은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 고지서. 오른쪽은 마천동교회 전경. 서울강동학사는 이 교회 3층과 4층에 있다. 마천동교회 제공
지방 출신 대학생들을 위해 저렴하게 운영되는 교회 학사관(기숙사)이 세금폭탄을 맞았다. 교회들은 학생 선교와 섬김 차원에서 적자를 무릅쓰고 학사관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과세당국은 종교의 고유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아현교회(조원근 목사)는 최근 4100만원의 세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2000년부터 88명 정원의 성결학사로 사용하고 있는 교회건물 3층과 4층에 대해 서대문구청이 5년 치 재산세를 한꺼번에 추징한 것이다. 관할 세무서도 종합부동산세 1년분 700만원을 부과했다. 아현교회는 공익 및 선교 차원에서 학사관을 운영한다고 해명했지만 교회의 고유목적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현교회는 학생들에게 월 15만원의 숙식비를 받고 있다. 주변 하숙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대학 기숙사보다도 훨씬 저렴한 비용이다. 교회는 2013년 교회를 신축한 데다 최근 학사관에 대한 교단 지원금마저 4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교회(설봉식 목사)도 최근 구청으로부터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 등 총 7890만원을 납부하라는 세금고지서를 받았다. 마천동교회는 교회건물 3층과 4층에 792㎡ 규모의 학사관인 서울강동학사를 운영해 왔다. 건축 부채가 남아 있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천동교회가 세금을 체납하자 과세당국은 교회압류 통지서를 보냈다. 학사관을 운영하다 교회 자체가 존폐 위기를 맞은 셈이다.

설봉식 목사는 “입주학생들에게 숙식비로 한 달에 30만원을 받고 있지만 도시락도 싸주고 장학금도 주는 등 교회에서 지원하는 비용이 훨씬 더 많다”면서 “교회가 수익을 위해 학사관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것은 학사관을 예배와 교육 등 종교 고유목적에 따라 운용하는 면세시설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세특례제한법 50조는 종교 및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해당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은 취득세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수익사업에 사용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취득일로부터 3년 경과 시까지 해당 용도로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경우, 해당 용도로 직접 사용한 기간이 2년 미만인 상태에서 매각·증여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면제된 취득세를 추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리교유지재단은 서울 북아현동 인우학사와 충정로 명덕학사에 각각 부과된 5068만원과 4642만원 등 총 9710만원의 세금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기숙사(학사관)는 전도와 교육, 구호 등에 직접 사용된다고 보기 어렵고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교회의 구성원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교회 고유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단 관계자는 “1954년 학사관 개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세금액수가 적지 않아 학사관의 존립까지 흔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학사관을 운영하는 목회자들은 지자체들이 교회와 선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 별로 세금부과 기준이 제각각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종교인과세 분위기에 편승해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는 지자체의 꼼수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설 목사는 “등록금 등으로 부담이 큰 지방 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학생들을 돕는 교회 학사관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학사관은 수익사업이 아니라 유학생들을 올바로 양육하기 위한 공익 및 선교사업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연합 종교재산법대책위원회 위원장 신용주 세무사는 “교회는 예배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양육과 성경공부를 통해 제자를 기르는 곳이고 학사관도 그런 목적으로 세운 것”이라며 “학사관은 교회의 고유목적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학사관 과세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관계기관으로서 매년 교회와 사찰 등을 정기 점검해 종교 고유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시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교회 학사관은 성결학사와 서울강동학사 외에 서현학사, 명성장학관, 창조교회 학사관, 서울시민교회 학사관, 아름다운교회 요셉학사관 등 서울에만 2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5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