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급기야 올해 일부 환급 항목에 대해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연말정산 세법개정 무효’ 국민 서명운동까지 시작되는 등 조세저항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태가 이 정도까지 악화된 근본적 원인은 정부의 진솔하지 못한 자세에 있다. 무상복지 예산 등 씀씀이는 많은데 쓸 돈은 부족하다 보니 정부가 세금을 더 걷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증세는 없다’고 강조함에 따라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을 하지 않고 증세효과를 얻는 방법을 찾았고 결국 근로소득세를 활용한 세수 증대를 꾀한 것이다. 징세에 드는 별도 비용 없이 손쉽게 증세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파장을 초래한 2013년 세법개정안이 ‘꼼수 증세’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정부는 당시 세법을 개정하면서 출생 공제, 6세 이하 양육비 공제, 다자녀 추가 공제 등 초저출산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득공제까지 없애는 무리수를 뒀다. 세수 결손이 수년째 지속된 만큼 한푼의 세입이 절실했음을 드러낸 방증이다. 한쪽에서는 출산을 적극 권장하면서 또 다른 쪽에서는 출산 억제를 외치는 엇박자를 정부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여기에다 감세효과가 큰 소득공제 대신 상당수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부담이 늘어났다.
정부의 무능도 이번 논란을 초래한 데 한몫했다. 정부는 당초 세 부담이 늘긴 하나 과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고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의 부담도 예상에 비해 컸다. 시뮬레이션을 정밀하게 하지 않고 추계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땜질식으로 연말정산 문제점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세제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해야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7년째 이어지는 재정적자, 2012년 이후 지속된 세수결손, 200조원이 넘는 적자국채 발행액 등 재정 여건은 점점 악화되는 반면 세출 수요는 증대하고 있다. 세제를 손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것이 증세 논의다. 빚잔치를 해야 할 수준까지 다다른 나라살림을 고려할 때 증세는 당위의 문제임에도 정부는 논의를 꺼린다. 담뱃세 인상 같은 잔꾀를 부려 세금을 더 걷을 궁리만 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율 환원이다. 이명박정부 때 친기업정책을 내세우며 22%로 내린 것을 25%로 복원해야 된다. 현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5%보다 낮을 뿐더러 그나마 실효세율은 16.8%에 그친다. 고소득자의 소득세 최고 세율을 높이는 방안이나 신규 세원을 겨냥한 세목 신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금을 더 내라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만큼 나라살림 형편이 어렵다. 내년에는 총선이, 그 다음해에는 대선이 있다. 올해가 제대로 된 세제 개편을 매듭지을 수 있는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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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2 02:12 수정 2015-01-22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