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는 ‘동북아시아 지정학의 화약고’로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북아시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내몬 일본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일본 관료·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매번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제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는다.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의 과거사를 무조건 미화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는 내용의 중의원 답변서를 각의 결정으로 제출했다. 이 답변서에는 “국민이나 유족 다수가 야스쿠니신사를 우리나라 전몰자 추도의 중심적 시설이라 생각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처지에 있는 자(총리)가 추도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쓰여 있다.
2013년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을 때 우리 정부와 중국은 침략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는 주변국을 무시한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미국 역시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그해 10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일 외교·국방장관연석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지도리가부치 전몰자 묘원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입장을 간접 전달한 것이다.
이번 각의 결정은 ‘주변국이야 어떻게 보든 우리는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아베 정권의 퇴행적 역사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1985년과 2002년에도 총리 또는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질의서에 유사한 내용의 정부 답변서가 제출됐다. 그만큼 일본 주요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집착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明治)유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3588명을 포함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1·2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전몰자 246만명의 위패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젊은이들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고 말하고 전쟁터로 떠났을 만큼 일왕에 대한 충성과 맹세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은 1978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몰래 이곳에 합사했다. 매년 봄(4월 21∼23일)과 겨울(10월 17∼19일) 두 차례 정기제사를 지내고, 일본이 패전한 8월 15일에도 제사한다.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했다. 2000년에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2001년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찾았다. 아베 총리는 2006년 관방장관 시절 비밀리에 참배하기도 했다. 올해는 중·일 정상회담 등을 고려해 야스쿠니신사를 찾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각료들의 참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21일 “일본정부 고위인사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이어지는 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한·일 국교정상화 50년] 日 각료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인식 ‘역주행’
입력 2015-01-22 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