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기초생활수급자, 동전 등 22만원 기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

입력 2015-01-22 02:12

지난 5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민센터에 한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손에는 묵직해 보이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는 주민센터 안을 잠시 서성이다 복지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우자 옆자리 직원에게 봉지를 맡기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봉지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안에는 10원짜리 690개, 100원짜리 458개, 500원짜리 118개 등 동전 1266개와 함께 1000원짜리부터 1만원짜리까지 꼬깃꼬깃한 지폐 여러 장이 있었다. 모두 22만490원. 동전들은 신문지로 정성스럽게 싸여 있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름을 조회하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송모(66)씨였다.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그는 2008년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 절단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2010년 위암까지 생겨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다.

정부에서 받는 월 51만원으로 생활하면서 남는 돈을 돼지저금통에 모았다가 기부한 것이라고 했다. 주민센터 직원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생활도 어려운데 마음만 받겠다”고 만류했지만 송씨는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주려는 돈으로 생각하고 모았으니 기부해 달라”고 했다.

이어 부탁 하나를 더 했다. 기부금을 기탁할 때 자기 이름으로 하지 말아 달라는 것. 그는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았다. 많은 돈도 아닌데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말만 남겼다. 서울 중구는 송씨 뜻을 따라 후원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돈은 다른 기부금과 함께 중구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쓰이게 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