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자식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맡길 데도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참다못한 부모들이 정부에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터넷에서도 이를 위한 서명작업이 활발하다. CCTV가 없었다면 인천 송도, 울산 어린이집 등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사회문제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CCTV 덕택에 보육교사가 아이를 ‘공중부양’할 정도로 때리거나 물티슈로 채 두 돌도 안 된 아이 입을 틀어막는 인면수심의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어린이 놀이터엔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를 특별히 보호하려는 취지다.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카메라는 놀이터 전체 또는 주요 부분을 볼 수 있게 설치하고, 카메라 해상도는 41만 화소 이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아이들이 더 오래 머무는 어린이집은 전국 4만3700여곳 가운데 CCTV가 설치된 곳이 고작 900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들이 뿔날 만도 하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2005년 이후 수차례 관련법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그때마다 어린이집 등의 조직적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됐다. 보육교사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부모들이 필요 이상으로 어린이집 교육에 간섭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표면적 이유는 그럴 듯하나 속내는 따로 있다. 어린이집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기 싫은 게다.
보육교사의 인권이 중요하듯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 권리 또한 소중하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려는 취지는 교사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 어린이집 원장들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어린이집 CCTV
입력 2015-01-22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