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사채업자에게 금품 수억원을 받은 수원지방법원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판사가 20일 구속됐다. 최 판사는 비리 혐의로 구속된 현직 법관 ‘1호’로 기록되게 됐다. 2006년 8월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었지만 검찰 수사 도중 사표가 수리돼 ‘전직 판사’ 신분으로 수감됐었다.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최 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판사는 지난 18일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라 구속영장 집행절차 역시 구치소 내에서 바로 진행됐다.
최 판사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최모(61·수감 중)씨로부터 200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등 2억64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당초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던 최 판사는 검찰의 계속된 추궁에 금품수수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판사는 ‘자숙하겠다’며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다.
검찰은 최씨가 2008년 부천지청에서 마약 사건 등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법조계 ‘연줄’을 찾는 과정에서 동향 출신의 최 판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판사는 금품을 받은 대가로 최씨 수사기록을 건네받아 조언해 주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담당 검사에게도 연락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최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채 징계 절차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위 행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해 형사조치와 별도로 징계 하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현행 법관임용 시스템도 손질키로 했다. 법관 임용 대상자의 재산 관련 자료 중 비정상적 금전거래 등이 나올 경우 추가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소명이 부족하면 임용심사 부적격 사유로 보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재임용 심사 때도 재산변동 사항을 확인하는 것도 검토될 전망이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사채업자 금품 받은 판사 구속… 비리 혐의 현직 법관으론 처음
입력 2015-01-2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