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CJ그룹… 2015년 투자 계획도 못잡아

입력 2015-01-21 03:19 수정 2015-01-21 16:04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1년 반째 경영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CJ그룹이 아직까지 올해 투자·고용 계획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CJ그룹 고위관계자는 20일 “새해 투자·고용 계획과 실천 방안은 보통 연말에 확정돼 매해 1월 15일 무렵 내부적으로 공유돼 왔지만 올해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이례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 정기인사도 ‘올스톱’ 상태다. CJ그룹은 2013년 12월에 임원 인사를 한 이후 지난 연말에는 승진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임원 승진 인사는 일러야 오는 2월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CJ그룹의 경영이 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 빠진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이 회장의 공석 때문이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해 왔다. 그러나 2013년 7월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후 그룹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CJ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로 구성된 전략기획협의체,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위원회 등을 설치해 이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워왔지만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이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회장 구속 이후 CJ제일제당, 대한통운, CJ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굵직한 투자 건은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대한통운 물류허브 구축 사업비 3000억원 가운데 지난해 몫으로 책정됐던 2000억원을 쓰지 못했고, 1000억원 규모의 CGV 국내외 신규사이트 투자도 무산됐다. 이 때문에 CJ그룹이 지난해 연초에 밝힌 투자금액 2조4000억원 중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1조9000억원에 그쳤다. CJ 관계자는 “오너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오너가 장기간 부재할 경우 투자 등 경영에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현재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선고는 3월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