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보육교사의 원아 폭행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검찰이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강력한 수준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해 벌금형을 청구(약식기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식재판에 넘기는 빈도를 대폭 높이기로 했다. 특히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4세 미만 아동을 학대할 경우 처벌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2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앞으로 검찰은 모든 아동학대 행위자를 원칙적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의 처리는 우선 엄정한 처벌이 주축이 돼야 한다”며 “학대자 교육과 예술치료 등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식재판 회부는 재발 시 더욱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미다. 법원의 양형 데이터를 쌓아 학대를 훈육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을 하루빨리 바로잡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때리는 어른’이 아닌 ‘맞는 어린이’의 관점에서 폭행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키로 했다. 일견 경미해 보이는 폭행일지라도 엄히 처벌하는 태도는 최근 검찰의 기소 사례에서 엿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부장검사 황은영)는 갓난아기를 한 손으로 들고 코를 꼬집는 장면이 집안 CCTV에 적발된 산후관리사 양모(62·여)씨를 지난달 말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갓난아기는 세게 만지는 것만으로도 폭력”이라고 설명했다.
구타 등 뚜렷한 폭행은 없었지만 정서적 학대와 방임 때문에 구속 기소된 아버지도 있다. 여조부는 지난해 9월 지적장애인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무단결석을 방치한 이모(59)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딸이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며 허리를 끈으로 묶어 끌고 다니다시피 했고, 생리하는 딸에게 성인용 기저귀를 차게 했다. 딸이 가출한 사실을 술에 취해 뒤늦게 파악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서적 학대 및 방임 행위가 145차례 일어났다고 밝히며 이씨를 구속했다.
지난해 9월 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경찰 등에 이웃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하는 건수가 급증했다. 다만 훈육의 핑계를 대는 부모와 양육자들 때문에 입건 통계는 크게 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처벌이 안 되더라도 신고 데이터는 관리된다”며 “학대 혐의 신고가 반복되는 가정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특례법 시행에 맞춰 ‘아동학대 사건 처리 및 피해자 지원 지침’을 일선 지청에 하달한 상태다. 피해 아동이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 검사가 아동학대자의 격리 및 접근금지, 친권 행사 제한 등 임시조치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임시조치가 이뤄지는 기간에 폭력이 재발하면 아동학대자를 유치장·구치소에 보낼 수 있게 했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각 지방 일선 검찰청에는 아동학대 전담검사가 지정된 상태다. 규모가 큰 지검에는 여검사를 포함한 2명이 배치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5년쯤은 계속 엄정한 신호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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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1 01:47 수정 2015-01-21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