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튄 ‘파리 테러’ 불똥

입력 2015-01-21 00:12
영국 정부가 이슬람 성직자들에게 ‘과격분자 근절’을 요구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9일(현지시간) 에릭 피클스 지방자치 장관이 최근 1100명의 이슬람 성직자와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젊은 무슬림들이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테러범들을 공개 비판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피클스 장관은 서한에서 “무슬림 지도자들에게 젊은 신자들의 극단주의화를 막을 책임이 있다”면서 “성직자들은 젊은이들에게 영국인이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슬림들 안에 틀어박혀 있는 ‘증오 전도자’들을 색출해내는 이슬람사원에는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클스 장관의 서한은 이슬람 사회의 공분을 샀다. 영국 무슬림위원회(MCB)의 이브라힘 모르가 사무부총장은 “정부의 요구는 반무슬림 정서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영국 무슬림 사회가 테러사건에 책임질 게 없는데도 비난받을 의무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정부의 태도에 젊은 무슬림이 분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 사회의 반발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인 테러는 진정한 이슬람교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이번 서한은 영국 내 무슬림 주민의 국가에 대한 기여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편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이슬람권 국가와 반테러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터키, 이집트, 예멘, 알제리, 걸프 국가들과 반테러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