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매달 한 편꼴로 영화를 제작해 극장 개봉 후 4∼8주 만에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 독점 공개하겠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디어 소비 트렌드가 점차 모바일·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독점 콘텐츠 확보로 ‘차세대 격전지’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아마존 스튜디오스의 로이 프라이스 부사장은 “우리 목표는 한 해에 영화 12편 가까이를 만드는 것이며, 제작은 올해 안에 시작된다”고 밝혔다. 제작 부문 책임자로는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와호장룡’으로 주목받았던 유명 독립영화 제작사 ‘굿 머신’ 출신 테드 호프가 임명됐다.
극장 개봉 후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되기까지 일반적으로 39∼52주가 걸리는 미국의 영화배급 시스템과 달리 아마존은 자체 제작 영화를 아마존 프라임에 2달 이내에 공개해 이 간격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영화 제작에는 편당 최대 2500만 달러(272억원)의 예산이 책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온라인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아마존이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TV와 영화) 양방향 창구’를 구축해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야심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스튜디오스는 스티븐 소더버그와 우디 앨런 등 유명 영화감독들이 제작을 담당한 ‘레드 오크스’ 등 자체 드라마 시리즈도 연이어 선보여 독자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내 스트리밍 최강자인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업계 선두로 치고 올라간 걸 의식한 전략이다. 하지만 아마존 등 스트리밍 업계가 독자 콘텐츠 생산과 배급을 강화해 나가면서 미국 내 대형 극장체인, 배급사 등 할리우드와 기존 방송사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NYT는 “아마존 관계자들이 자체 생산 영화에 대한 극장 개봉 협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전하며 스트리밍 업체와 기존 영화산업계의 신경전을 시사했다.
이는 할리우드에서 그간 자신들이 누려왔던 독점적 영화배급 구조를 스트리밍 업체가 난입해 깨뜨리려 한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소니 테러의 원인이 된 영화 ‘인터뷰’가 온라인으로 개봉될 당시에도 주요 극장체인들은 영화를 자신들의 극장에 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마존의 최대 라이벌인 넷플릭스가 올해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영화 ‘와호장룡’의 속편 역시 주요 극장들의 보이콧 논의가 이미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온라인 강자’ 아마존 영화판 뛰어든다
입력 2015-01-21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