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죽은 사람 1940명에 세금 부과

입력 2015-01-21 01:08
국세청이 사망한 사람에게 세금을 잘못 부과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1300억원을 체납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세청 기관운영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은 200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사망자 1940명에 대해 3616건, 금액으로는 812억7800만원의 국세를 부과했다. 사망자에게 부과돼 체납된 세금은 1298억9200만원(가산금 486억1300만원 포함)에 달했다. 사망자 중 884명은 1000만원 이상의 상속재산이 있었는데도 국세청은 상속인에 대한 부과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국세기본법상 사망자에 대해선 과세 효력이 없다. 국세청은 납세의무자가 납세 고지를 받기 전에 사망하면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 그 한도 내에서 상속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없으면 상속재산이 발견될 경우에 대비해 과세자료로 관리해야 한다. 국세청은 전산 입력화면에 사망 여부가 표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도 확인도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세청의 허술한 관리 탓에 고액 체납자 11명이 출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도 드러났다. 4억2700여만원을 체납한 K씨는 2008년 4월 출국한 이후 출입국 상황이 관리되지 않고 있었고, L씨는 7100여만원을 체납한 상태로 아무 제한 없이 세 차례나 출입국을 했다.

국세청은 또 장례음식 공급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라는 2013년 6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잘못 정한 규정을 근거로 경정청구(세금을 더 냈을 경우 돌려 달라고 요청하는 것) 306억원을 전액 거부했다. 기재부는 국세 예규를 새로 만들면서 적용 시기를 ‘예규 시행일(2013년 10월 30일) 이후’로 임의로 제한하기도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