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족’ 의식한 듯… 장관들과 취임 후 첫 티타임

입력 2015-01-21 01:57 수정 2015-01-21 09:26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적 개편 의사를 피력함에 따라 김 실장의 거취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 앞서 청와대 세종실에서 선 채로 국무위원들과 티타임(tea time)을 가졌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국무위원들과의 간단한 담소 자리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티타임에 대해 “장관들의 대면보고 등 소통 문제가 지적돼 소통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정산 “국민의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박 대통령은 티타임 자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연말정산과 관련해 “국민의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변경된 연말정산 방식을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국민 반발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오전 출산공제 재도입 등 보완책을 발표한 최 부총리를 만나자마자 “오늘 (회견) 잘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최 부총리는 “여러 가지 혼란이 있었는데 제가 설명을 잘 드렸다. 전체적으로 좀 늘어난 면도 있지만 고소득층한테 금년 내에 1조4000억원 정도 더 걷어서 근로장려세제(EITC) 형태로 저소득층에게 돌려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당부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거듭 답변했다.

◇‘금연’에서 ‘사회적폐 해소’ 주제까지=박 대통령은 티타임에서 최 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안종범 경제수석의 새해 ‘금연’ 소식을 전해 듣고 “작심삼일이란 얘기가 있다. 근데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을 하면 된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나 끊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많이 내면, 차마 할 수가 없지 않나. 그것도 방법이라고 그러더라. 얼마나 눈물겨운 얘기인가” 등 농담도 던졌다.

10여분간 차를 마시며 진행된 티타임이었지만 분위기는 가볍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잘못된 것도 오래 하다 보면 편하니까 빠져드는데 그러다가는 사회가 썩는다”며 “그러면 개혁을 하려 해도 저항이 나오고, 여태까지 편했던 것을 왜 귀찮게 하느냐, 난리가 나는 그런 게 일종의 금단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적폐를 해소한다고 노력하는데, 처음에 옷에 때가 묻었을 때는 금세 지워질 수 있는데 이게 절어서 비누로 빨고 노력을 해도 옷이 해질지언정 때가 잘 안 빠진다”며 “적폐 해소도 너무 오랫동안 덕지덕지 쌓이고, 뿌리가 깊이 내려서 힘들지만 안 할 수 없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즐겨하던 테니스를 언급하면서 “사회적 제도나 인식을 바꾸는 것도 노력하고 반성하고 뇌에 그런 근력이 생기도록 확실하게 입력이 되도록 해야 행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개탄스러운 일”=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선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돼야 할 어린이집에서 학대 사건이 발생한다면 부모들이 어떻게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어린이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정보공개 등 아동폭력 근절 대책을 거론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거기는 문을 닫는다. 아이를 맡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라는 자세로 확실하게 제도가 집행되도록 해야겠다”고 관련 부처에 당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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