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아동 학대 파장] 어린이집 선택 1순위로 고려 4.3%뿐, ‘평가인증’ 무용론… 2014년 비용 138억

입력 2015-01-21 01:35 수정 2015-01-21 09:05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해마다 국고보조금 수십억원이 투입되지만 어린이집 선택 때 인증 여부를 참고하는 부모는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육진흥원이 지난해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에게 제출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및 결과 공개 관련 부모 의견조사 최종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3가지를 꼽으라는 질문에 ‘평가인증’을 1순위로 고른 부모는 4.3%에 그쳤다. ‘집에서의 거리’(30.6%)가 가장 많았고, ‘보육 교직원의 자질’(24.5%), 보육환경(22.7%) 순이었다. 조사는 ‘아이사랑 보육포털’에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 463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평가인증을 통해 보육의 질이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도 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2012년 보육진흥원 조사에서 ‘평가인증 이전과 비교해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이 향상됐는가’라는 질문에 부모 50.5%는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응답자 중 32.2%는 평가인증제를 ‘잘 모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집 평가인증 사업에 드는 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평가인증 사업비는 2010년 66억5100만원에서 지난해 138억2300만원(예산 기준)으로 불과 4년 사이 배 이상 늘었다. 사업비의 절반 이상이 국고보조금이다. 부모에게 별 도움이 안 되고 인지도도 낮은 제도를 해마다 수십억원씩 예산을 들여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평가인증이 질 관리 위주로 전면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점수를 매겨 어린이집을 줄 세우기보다는 각 어린이집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도,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가인증은 보건복지부가 직접 맡지 않고 산하기관인 보육진흥원에 위탁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보육진흥원을 특수법인으로 변경해 힘을 실어주자는 한국보육진흥원법이 발의됐다.

일각에서는 보육진흥원의 성격이 바뀔 경우 청와대나 복지부 공무원의 재취업 통로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 이재인 보육진흥원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여성가족부 국장, 청와대 비서관 등을 지내다가 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2012년 12월 임명됐다. 보육진흥원에는 전직 복지부 공무원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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