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농협 진출 땐 공멸”… 단가 하락 등 들어 강력 반발

입력 2015-01-21 00:45
택배업계와 농협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이 택배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기존 택배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등 국내 주요 택배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20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물류협회는 “자산규모 290조원, 44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공룡 농협이 단가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농협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모두를 공멸케 하는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민간 택배업체들은 일반 화물관련법의 적용을 받지만,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세제감면, 규제 예외적용 혜택 등을 통해 특혜를 누린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2000년 우체국의 택배시장 진출로 민간업체들이 상당수 도산했고, 택배단가가 반토막 난 경험도 택배업계를 자극하고 있다.

농협은 농산물 배송을 시장 진출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홈쇼핑, 인터넷 판매 활성화 등 농축산물의 유통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농산물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농협이 나서 농산물 수송체계를 갖추겠다는 논리다.

농촌지역 택배단가가 5000∼7500원 수준으로 농가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기존 택배업체들이 농축산물 택배를 기피해 농업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4∼5월쯤 결론이 내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물량은 16억개(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3년에는 15억개(3조7000억원)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4700원대였던 택배 1개당 평균 단가가 지난해는 2400원대로 떨어졌다.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 환경은 열악해졌다는 게 택배업계의 주장이다.

남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