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업체 A사는 지난 15일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6명이 겨울방학 ‘학습계획’을 세워놨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업체의 학부모 회원 128명을 조사했더니 59.3%가 자녀에게 ‘교과 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휴식과 놀이로 방학을 보내게 한다는 응답자는 14.1%에 그쳤다. 주로 학습하는 과목은 수학(51.6%), 독서·논술(29.7%), 영어(14.1%) 순이라고 밝혔다. 업체는 “실컷 놀아야 할 방학에 아이들이 공부에 매달린다”며 안타까움(?)이 담긴 코멘트를 덧붙였다.
과중한 학업과 사교육 세태를 꼬집는 듯한 이 조사의 행간에는 ‘다른 학부모들은 방학에도 아이들을 과외공부시키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B사는 20일 서울 고교생의 학업성취도 분석 결과를 내놨다. 주로 고교별로 학력 차이가 크다는 내용이다. 국어 학업성취도가 높은 10개교는 특목고 8곳,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곳, 일반고 1곳이었다. 반대로 학업성취도 하위 10곳 중에는 8곳이 일반고였다. 공부 잘하는 특목고·자사고 리스트도 정리해 배포했다. 학교 공시사이트를 분석한 자료로 일반고 황폐화 현상을 보여준다.
피폐한 공교육과 혹독한 선행학습 실태를 지적하는 내용이지만 이를 접하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역시 특목고·자사고에 보내야 공부를 잘하는구나. 우리 애도 특목고에 보내려면 뭘 시켜야 하지?’ 서울 도봉구의 초등학생 학부모 윤모(40)씨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상술이라는 건 알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공익’을 가장한 사교육 마케팅이 사교육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정보를 만들어 적극 홍보하는 이유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업체 인지도를 높이며, 교육 당국을 견제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교육업체들은 지난해 수능이 지나치게 쉬워 논란을 빚자 학부모·수험생이 ‘쉬운 수능’에 반대하며, EBS·수능 연계 정책에 부정적이란 설문 결과를 앞 다퉈 내놓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입시 분석을 넘어 ‘유사 시민단체’ 역할까지 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속 보이는’ 상술이 활개 치는 건 교육 당국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의 초등학생 학부모 박모(39·여)씨는 “교육부는 1인당 사교육비 평균이 23만원이라고 주장하는데 학습지 한두 개만 해도 훌쩍 넘어가는 수치”라며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정보만 주니까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교육업체가 ‘학생들 공부만 한다’ 걱정… 무슨 일? 속 보이는 ‘사교육 마케팅’ 활개
입력 2015-01-21 01:11 수정 2015-01-21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