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땜질 인사로는 쇄신은커녕 민심 못 잡는다

입력 2015-01-21 02:55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내각과 청와대의 소폭 개편 방침을 밝혔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의 인적 쇄신 발언과 유사한 맥락이다. 집권 3년차를 시작하면서 대다수 국민이 전면적 쇄신 인사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오불관언이어서 안타깝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청와대 문건 유출에 이어 최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까지 야기돼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 통일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겠다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해 “공석으로 있는 해양수산부 장관 등 꼭 필요한 소폭 개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각으로 행정부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국면전환용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평소 박 대통령의 소신은 나쁘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정권이 중심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국민들은 현 내각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홍원 총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가 후임 총리 지명자가 연이어 낙마하자 대안부재로 재신임받은 사람이다. 내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요 국정과제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새 총리감을 발굴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해를 넘기고도 교체 준비를 하지 않고 있으니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느끼는 정 총리 이미지는 활력이나 용기와는 거리가 멀다. 다시 강조하지만 땜질 개각으로는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도 일부 개편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심기일전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와 특보단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 경질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대통령의 끊임없는 인사 실패는 그의 책임이 크다. 비서실 장악 능력을 상실한 지도 오래다. 비서실장은 총리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여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유능하고도 ‘반듯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 공석인 후임 민정수석도 마찬가지다.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대통령 참모들 가운데 자질이 떨어지거나 사심이 있는 비서관, 행정관은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신설되는 특보단으로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당정 쇄신을 위해서는 외부의 참신한 인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측근만 챙긴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 인사는 실패다. 이번 내각 및 청와대 개편이 박근혜정부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