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의 현실을 실감나게 그려 공감을 사고 있는 연극·뮤지컬 작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사춘기’는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1864∼1918)의 희곡 ‘봄이 눈 뜰 때’가 원작. 국내 팬들에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년)으로 소개되면서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이 원작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사춘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무뚝뚝한 전학생 영민과 춤추는 것을 좋아하던 선규, 모범생 수희. 겉보기에 ‘멀쩡한’ 이들에겐 남모를 아픔이 있다. 배다른 형제로 집안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영민. 군인 아버지 아래에서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힘들어하는 선규. 그리고 한 번의 실수로 임신해버린 수희. 세 사람이 마주한 답답한 청춘의 세계와 일탈, 그리고 고통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록 장르 뮤지컬로 무대 3면을 좌석이 둘러싸고 있어 관객들이 소극장 공연을 관람하듯 배우들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 제작을 맡은 극단 연우무대는 매 공연마다 객석 10석을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기부한다. 힘겨운 사춘기를 꿋꿋이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전교생 앞에서 억지로 커밍아웃을 하게 된 전교 1등 이레와 오토바이 절도사건으로 경찰서에 끌려간 일진 현신이 학교 반성실에서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지난해 1월과 7월 연극으로 공연된 작품이 이번엔 뮤지컬로 새롭게 변신했다.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교사와 “뭘 잘못한거냐”고 되묻는 고3 두 학생의 외침은 현실적이다. 배우 김대현(31) 문성일(27) 등이 출연한다.
2월 7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하는 연극 ‘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부 멤버로 슬럼프를 겪던 고3 경찬이 엉겁결에 전국대회에 나서면서 삼각관계에 빠지고, 유도를 더 사랑하게 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린다. 1997년을 배경으로 그 시절 고등학생들이 즐겼던 추억들이 배경음악이나 소품 등으로 극 곳곳에 포진돼 흥미를 유발한다. 지난해 4월 초연 당시부터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경찬 역에 박해수(34), 민욱 역에 김호진(35) 등 연기파 배우들이 새로 합류했다. ‘유도소년’ 관계자는 20일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 스포츠 정신이 담겨있는 작품”이라며 “청소년들은 물론, 청소년기를 보내며 치열한 삶을 살아 본 성인에게도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세 작품 모두 창작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아픈 10대 다독이는 따뜻한 무대
입력 2015-01-2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