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도 깜빡 속은 전화사기

입력 2015-01-21 00:08

유명 프로야구 해설가 하일성(사진)씨는 지난 12일 오후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하일성 고객님 맞느냐”며 “우수 고객이어서 5000만원 저리 대출이 가능하다. 사용하시겠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해당 저축은행과 상당기간 거래해온 하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대출을 받겠다고 했다.

이 직원은 “공인이니 방문하지 않아도 믿고 서류심사만으로 대출해드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저축은행 로고와 팩스번호 등이 새겨진 대출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 하씨는 이를 받아 직접 서류를 작성해 보냈다. 이어 이 직원은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보증기금에 세금을 내야 한다며 계좌번호를 하나 알려주며 돈을 보내라고 했다. 하씨는 아무 의심 없이 두 차례에 걸쳐 340여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이는 잘 짜인 사기극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계좌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 사용하는 대포통장 계좌였다. 하씨가 받은 서류 및 팩스번호도 거래 저축은행과 무관했다.

하씨에게 사기 친 보이스피싱 조직은 다른 피해자 40여명의 개인정보 역시 사전에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대부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돈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이 조직의 지시를 받아 40여명에게 모두 2억8000만원을 받아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곽모(35)씨를 구속하고 대포통장 명의를 빌려준 강모(46)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곽씨 등에게 지시를 내린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