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원 “서브여왕이라 불러 주세요”

입력 2015-01-21 00:50

“안 들어가도 안 뺄 테니 안심하고 때려라.”

프로배구 여자부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이 문정원(23·사진)을 달래는 얘기다. 도로공사 라이트 공격수 문정원은 이번 시즌 깜짝 등장해 강력한 서브를 무기로 팀이 선두를 달리는데 일등공신으로 떠오른 선수. 20경기에 출전, 44개의 서브득점으로 폴리(현대건설·48개)에 이어 서브 2위(세트당 6.20개)에 랭크돼 있다. ‘서브 좀 한다’는 역대 국내 여자선수들과 비교하면 문정원의 기록은 대단하다. 황연주(현대건설)의 49개(세트당 0.306개), 김연경(당시 흥국생명)의 45개(세트당 0.409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선수 니콜(미국)의 강타 외엔 이렇다 할 무기가 없었던 도로공사는 고비 때마다 터져 나온 문정원의 서브득점을 바탕으로 최근 8연승, 단독 선두(14승6패)를 질주하고 있다.

문정원은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 5세트에서 결정적인 서브득점으로 20경기 연속 서브득점 기록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 매 게임 서브득점을 올린 셈이다. 김희진(IBK기업은행)과 케니(전 현대건설)의 13경기 연속 서브득점 기록을 이미 깬 그는 이날만큼은 평소보다 서브가 많이 흔들렸다. 4세트까지 저지른 서브 범실만 6개. 하지만 5세트 초반 2-3으로 뒤진 상태에서 4차례 연속 서버로 나서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팀이 6-3으로 초반 리드를 잡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교체를 걱정하지 말고 강력한 서브를 계속 넣어라”는 서 감독의 주문이 끝내 통한 것이다.

사실 문정원은 무명 선수였다. 목포여상 출신인 문정원은 2011-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전체 10순위)에 지명됐다. 데뷔 첫 시즌 11경기에 나와 3득점에 그쳤고 2012∼2013시즌에는 2점(4경기)을 올렸다. 지난 3시즌 동안 올린 득점은 고작 9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서브를 앞세워 주전을 꿰찬 그는 공격득점 140점을 포함해 190득점으로 팀 내 득점2위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문정원 없이 도로공사의 우승은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