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과거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일어난 반(反)샤를리 엡도 만평 반대 시위와 폭동으로 한국 선교사가 세운 학교와 교회 건물이 불탄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국내 선교단체와 교단선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수도 니아메에서 발생한 시위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임준표(58) 선교사가 운영 중인 생수중·고등학교 건물 3개동 중 2개동이 전소됐고 1동은 반파, 내부 기물이 파손됐다. 또 교회당 2곳도 전소돼 한국 선교사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임 선교사는 1988년 니제르로 파송돼 그동안 학교와 교회 사역을 해왔다. 이번 시위로 27년간 힘써온 선교활동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GMS는 임 선교사에게 국외로 잠시 피할 것을 권고했으나 “니제르 전체 교회가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GMS 관계자는 “니제르는 지방에서 교회를 향한 적대행위는 간헐적으로 존재했으나 수도에서 전 교회를 상대로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위대들은 불을 끄지 못하도록 수도와 전기를 미리 차단하고 계획적으로 방화했다”고 전했다.
한편 임 선교사 외 다른 한국인 선교사들도 상황이 긴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수전도단 소속 A선교사는 17일 자녀와 함께 시내로 외출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피신했다. 또 시위대가 교회와 선교사들의 집에 돌을 던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한국인 선교사들은 한동안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발만 굴러야 했다.
다행히 18일 마하마두 이수푸 대통령과 이슬람 지도자들이 시위를 자제하고 교회 방화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선교사들은 고비를 넘겼다. 한국위기관리재단에 따르면 선교사를 포함한 한인들은 모두 안전지대에 피한 상태이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시위로 니제르에서는 총 10명이 사망했고 교회 81곳이 불탔다. 니제르는 인구 3256만명(2010년 기준) 중 무슬림이 97.1%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다. 그러나 온건한 ‘민속 이슬람’이 대다수여서 비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거의 없었다. 기독교인 비율은 0.33%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反 샤를리 시위로 한국 선교사 교회 불타
입력 2015-01-21 03:31 수정 2015-01-21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