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의 산실 홍대 롤링홀 20년 “우리도 여기서 구르며 컸어요”

입력 2015-01-21 02:10
한국 라이브 클럽 문화의 산실 롤링홀을 기억하는 이들이 개관 20주년을 추억하기 위해 19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 모였다. 왼쪽부터 남성 듀오 피콕의 멤버 조영일과 김상훈, 록그룹 해리빅버튼의 리더 이성수, 롤링홀 김천성 대표. 서영희 기자
왼쪽부터 자우림의 김윤아, YB의 윤도현.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35’. 인디 음악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곳을 ‘고향’이라 부른다. 한국 라이브 클럽 문화의 산실 롤링홀이다.

롤링홀이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서울 신촌에서 롤링스톤즈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롤링홀은 홍대 인디신의 중심지인 지금의 장소로 이동해 수많은 뮤지션을 배출했다. 자우림, YB, 체리필터 등이 롤링홀에서 이름을 알렸고 지금도 많은 뮤지션이 이곳에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롤링홀의 20년을 기억하는 뮤지션들이 장르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지난 16일부터 축하 무대를 만들고 있다. 공연은 다음 달 22일까지 계속된다.

19일 롤링홀에서 김천성 대표와 록그룹 해리빅버튼의 리더 이성수, 지난해 데뷔앨범을 낸 남성 듀오 피콕의 김상훈·조영일을 만나 롤링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었다.

이들은 “롤링홀은 갈 곳 없어 방황하던 인디밴드들에게 생존의 자리를 줬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롤링스톤즈로 10년, 롤링홀로 10년”이라며 롤링홀의 과거를 꺼냈다. 그는 97년 롤링스톤즈와 인연을 맺었다. 록 음악을 하던 형으로 인해 라이브 클럽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곧바로 형이 운영하던 롤링스톤즈를 인수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롤링스톤즈를 인수하자마자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공연장과 대기실에 뮤지션들을 위해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는 푯말을 붙였어요. 공연장의 주인인 뮤지션들을 위한 것이었죠.”(김천성)

“당시 라이브 공연장의 주인은 음향 엔지니어였어요. 김 대표는 공연장의 주인공은 뮤지션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당시 롤링홀은 공연이 끝나고 뮤지션에게 돈을 준 유일한 곳이었습니다.”(이성수)

색다른 시도도 했다. 월요일과 빨간 날(법정 공휴일)이면 뮤지션들이 쉴 수 있도록 공연장 문을 닫았다. 대신 평일 공연을 도입했다.

“인기 없는 팀은 화요일, 인기 높은 팀은 주말에 공연을 했어요. 2, 3명 관객을 두고 화요일에 공연하던 체리필터가 나중에 수백명 관객 앞에서 주말 공연을 했습니다. 그들을 보며 저도 뿌듯했지요.”(김천성)

어려움도 많았고 암흑기도 있었다. 정부는 클럽에 대한 개념이 없어 식품위생법 위반의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 김 대표도 수갑을 찼다.

“대부분의 라이브 클럽들이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했습니다. 공연 중 음식을 팔면서 수익을 냈는데 이게 문제였어요. 99년 클럽과 밴드들이 라이브 클럽의 합법화를 위해 공연을 가졌어요. 결국 정부가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 음식점에서도 밴드 공연이 가능하도록 했지요.”(김천성)

2005년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 인디밴드가 대형 방송 사고를 터뜨렸다. 성기를 노출한 이 사고로 한동안 지상파 방송사에선 인디밴드들을 볼 수 없었고 클럽을 찾는 이들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롤링홀은 꾸준히 무대를 제공했다.

“인디밴드의 역사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인디 음악을 활성화하는 데 선배들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김상훈)

피콕과 해리빅버튼은 롤링홀이 앞으로도 인디밴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주기를 원했다.

“인디밴드들에게 롤링홀은 꿈의 무대에요. 저희가 데뷔한 곳도 이곳이죠. 인디밴드에게 500명이나 들어오는 대형 공연장을 내주는 곳은 없거든요.”(조영일)

“기타리스트로 크래쉬 등 다양한 밴드에서 활동했지만 2012년 해리빅버튼이란 밴드로 새롭게 데뷔 하려니 설 무대가 없었습니다. 김 대표가 저를 불러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이성수)

김 대표도 롤링홀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2000석 정도의 중형극장을 운영하고 싶고 뮤지션을 위한 레이블 사업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롤링홀에 힘을 주신 선배 뮤지션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음반이 될 수도 있고 공연을 기획하는 것도 될 수 있겠죠.”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