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린이집 폭행 사태를 막기 위해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를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책 도구로서 한계를 지적받은 제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한국보육진흥원에서 개최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도 평가인증제 내실화 방안을 2개 주제 중 하나로 정했다.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장은 이 자리에서 “4월부터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아동학대 예방지표를 강화하고 부모를 참여하게 하는 한편 아동학대를 포함한 4가지 사항에 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보육 현장에서는 평가인증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예산만 낭비하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의 73.4%인 3만2109곳이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인증 어린이집의 평균 점수는 93.73점이나 된다.
최근 잇따른 폭행 사건은 인증 어린이집도 아이를 믿고 맡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인천 송도와 부평의 어린이집 모두 평가인증 명패가 붙어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허술한 평가 방식에 있다. 현장관찰자는 200여명에 불과한데 전국 어린이집은 4만3700여곳이다. 사실상 한 차례 방문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인증결과는 3년간 유지된다. 어린이집으로서는 잠깐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다.
평가인증은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하는 역기능도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25·여)씨는 “평가를 앞두고 주말에도 출근해 서류 작업에 매달리다보면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측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누구를 위한 평가인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현장 간담회에서는 보육교사 양성체계 개선방안도 논의됐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필요하면 자격증 취득을 현재의 학점 이수 방식이 아닌 국가고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여야가 앞다퉈 후속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이는 것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별위원회는 CCTV 설치 어린이집을 정부가 ‘안심보육시설’로 인증하고,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제주도청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동네 할머니들을 오전 오후 한 번씩 어린이집으로 출근케 해 참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보육교사 처우개선에 방점을 찍고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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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0 09:28 수정 2015-01-20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