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파열 방치 사망-내던져 발목뼈 골절… 분노는 그때 뿐 바뀐 게 없었다

입력 2015-01-20 01:40 수정 2015-01-20 09:28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인천 부평구 모 어린이집 정문이 19일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경찰은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생 9∼10명을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머리 등을 때리고 밀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연합뉴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과거 논란이 됐거나 묻혀 있던 학대 사건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과거에 사건이 불거졌을 때 잠시 공분을 하다 다시 잊혀지면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울산의 ‘성민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는 2007년 5월 울산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이성민(당시 23개월)군이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원장 부부는 이군이 피아노에서 떨어져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나흘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8년 6월 대법원은 상해치사 부분은 무죄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인정해 원장은 징역 1년6개월, 원장 남편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유가족과 학부모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이 사건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청원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재수사 서명 운동에 11만여명이 동참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잠을 자던 A군(당시 11개월)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36·여)씨는 당시 A군을 두께 5∼6㎝의 ‘목화솜요’에 엎드려 재웠다. 아이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결국 저산소성뇌손상에 의한 뇌사 판정을 받았다. A군의 부모는 CCTV 영상을 확인 결과 “김씨가 두꺼운 이불 사이로 A군을 넣어 눕힌 뒤 다리로 눌러 재웠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그 영상은 사건 발생 며칠 전 영상이어서 사망원인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경남 고성군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도 아동 학대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 어린이집 원생의 학부모가 자신의 아들이 집에서 우는 등 이상 행동을 한다며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이 CCTV 영상을 조회한 결과 보육교사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식판에 담아 원생에게 먹도록 하거나, 또 다른 원생에게 꿀밤을 때리고, 1∼2분 정도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장면 등이 확인됐다. 경찰은 아동전문기관에 학대 여부 판정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이 어린이집도 정상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서 보육교사의 가혹행위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찰이 확인한 어린이집 CCTV 영상에는 보육교사가 해당 아동들이 뛰어다니거나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의 겨드랑이를 잡고 번쩍 들어 수차례 바닥에 내던졌다. 피해 어린이(2)는 발목뼈 골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보육교사는 “고의성은 없었다”며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어린이집은 가해 보육교사만 면직 처리하고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전수조사 방침과 관련, “어린이집이 CCTV 영상을 경찰에 제공할 법적인 의무가 없지만, 합동점검단이 나갔는데 CCTV를 안 보여준다고 하면 그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특히 “아동학대 제보가 들어왔는데도 CCTV 영상을 제공하지 않으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전국종합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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