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보다 못한 대통령 지지율… 정국 주도권 역전?

입력 2015-01-20 03:06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후 연일 최저점을 찍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40%대를 계속 유지하며 ‘당청 지지율 역전현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당청 관계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9일 발표한 1월 둘째주(12∼16일) 주간 집계 결과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9.4%로 집권 후 최저를 기록했다. 1주일 새 3.8% 포인트가 빠졌다. 앞서 공개된 한국갤럽의 지난 13∼15일 조사에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5.0%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 50%대에서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던 대통령 지지율은 이후 40%대로 떨어지더니 국무총리 인사 파동, 청와대 문건 유출, 신년 기자회견 등을 거치며 그야말로 ‘거침없이 내리막길’을 걷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은 현상은 항상적인 추세가 돼 가는 모습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12월 셋째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각각 37.0%, 42.0%로 엇갈린 이후 1월 둘째주엔 격차가 8%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던 때는 당 대표를 새로 뽑은 전당대회가 열린 7월이 유일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39.3%)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0.1% 포인트로 좁혀졌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런 수치가 내포한 의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원호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 이전부터 계속 새누리당보다 높았다”며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당청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새누리당은 선거가 없는 해에 성과를 내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는 곧 ‘내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여당 도움 없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당청 관계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글로벌리서치 지용근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근거”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래 권력을 만들어낼 당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당청 관계 주도권과는 무관하게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대통령의 인사 실패에 등을 돌렸다는 시각도 있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 80∼90%는 박 대통령을 지지해 왔다”며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단행하면 지지율은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건 중도보수층이 이탈했기 때문이고, 이후 여당 지지층 중 일부마저 떨어져 나가면서 여당보다 낮은 지지율에 머물게 됐다는 것이다. 배 본부장은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에 이어 진보 인사를 과감히 등용하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내놓으면 지지율 50% 회복은 어렵지 않다”고 평가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더욱 열심히 하라는 국민들의 채찍이라고 생각하면서 국민만 바라보고 가면 여론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