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이런 극단주의자들을 양산한 원인 제공자가 유럽사회였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이슬람 사회를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인 제공과 관련해선 최근 테러범 색출에 혈안이 된 벨기에 사례를 들여다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벨기에는 인구가 1100만명인데, 현재 시리아 등에서 활동 중인 벨기에 출신 지하디스트는 300∼450명으로 추산된다. 유럽 전체 지하디스트(3000∼4000명 추산)의 10%를 인구소국인 벨기에가 차지하는 것으로, 유럽에서 인구대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벨기에가 ‘무슬림 과격화의 온상’이 된 이유는 무슬림에 대한 과도한 통제 때문이다. 벨기에는 프랑스처럼 2011년부터 얼굴을 가리는 베일 착용을 금지시켰다. 또 직장에서도 ‘무슬림’으로 보일 법한 의복 착용을 사실상 불허해 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선 무슬림 의복을 한 여성들에 대한 직장 내 차별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무슬림을 ‘2등 국민’으로 바라보는 작태도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벨기에 우파 정당인 ‘블라암스 베랑’은 지난해 ‘이슬람 반대, 이민 반대, 범죄 반대’라는 제목의 인터넷 게임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 카펫을 타고 날면서 칼을 휘두르는 무슬림을 떨어뜨리는 게임이다.
이런 차별로 인해 무슬림들은 사회에서 점점 더 주변부로 밀려나게 됐다. 특히 무슬림 청년들은 직업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 그들은 벨기에의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밀려나면서 빈민촌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새로운 채용인’들이 다가왔고, 청년들은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 로레트 온켈링스 전 벨기에 법무장관은 현지 RTBF TV에 출연해 “유럽사회 내에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무슬림들이 증오를 설교하는 극단주의자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무슬림과의 더불어 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연합의 외교분과 전문가인 안토니 드워킨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극단주의에 흥분해 새로운 (억압) 조치들을 취하기보다는 기존의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영국 가디언 칼럼니스트인 티머시 가톤 애쉬도 “최근 기승을 부리는 ‘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과 같은 반이슬람 시위야말로 지금 시대에 우리가 시급히 처단해야 할 뱀파이어(흡혈귀)”라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샤를리 엡도’ 후폭풍 속 유럽] “反무슬림 부메랑” 커지는 자성론
입력 2015-01-20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