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 몰아치는 감원 한파] 업황 부진에 칼바람… 2000명 눈물바람

입력 2015-01-20 03:33

산업현장과 금융권에 매서운 감원 바람이 불어닥쳤다. 인력 구조조정은 매년 초 연례행사처럼 진행됐지만 올해는 1년 내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특히 조선·중공업계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고, 금융권은 초저금리 악재까지 덮쳐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실적이 안 좋은 분야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조선·중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3조2000억원 적자를 내는 등 최악의 실적 부진을 보였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4일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고강도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은 1960년대생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이다. 목표 인원은 전체 직원 2만8000여명의 5.3%인 1500명. 사무직 전체 1만여명 중 15%에 육박하는 숫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9일 “세계 조선 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희망퇴직은) 가슴은 아프지만 회사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10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1월 중으로 감원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에도 전체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뒤 조선 3사 임원 262명 가운데 31%인 81명을 줄인 바 있다.

수주 부진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인 두산중공업도 지난 연말 52세 이상 사무직 직원 45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 측은 정확한 퇴직 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면담 결과 200여명이 퇴직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생산직 및 사무직 직원 정년은 60세다.

동부제철은 지난달 30일 열연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했다. 집계 결과 250명이 넘는 직원들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동부제철 경영진과 채권단은 희망퇴직을 통해 열연사업부 전체 직원 수 300여명의 83%에 달하는 250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 측은 지원서 검토 후 개별 통보를 거쳐 다음 달 말까지 최종 퇴직 명단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 동국제강도 지난해 10월까지 희망퇴직으로 60여명을 줄였다. SKC도 오랜 기간 부장직에 머물며 임원으로 올라서지 못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30여명을 감축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수출 물량이 급감한 한국GM이 지난해 말 사무직 팀장급 이상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의사를 수렴했다. 한국GM 측은 회사 방침상 퇴직 인원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상자의 상당수가 신청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실시한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 200여명이 회사를 떠난 지 10개월 만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