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입력 2015-01-20 02:10

‘나는 샤를리다.’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놓고 시각을 달리하는 대표적인 구호다.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나는 샤를리다’는 폭력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문장이 됐다. 일종의 반작용으로 나온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는 어느 정도 자성도 섞여 있다. 다른 종교를 모욕하는 행위까지 자유로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인데, 샤를리 엡도가 테러 이후 첫 발간한 14일자 특별호 표지에 또다시 무함마드 만평을 실으면서 확 불이 붙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압도적으로 ‘아니다’는 반발이 나오지만, 프랑스 내에서도 전 세계 무슬림 인구 15억명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가, 범인들이 유대인이라면 이렇게 하겠는가 등의 반응은 있다.

대서양 건너 미국 언론의 반응은 찬찬히 살펴볼수록 흥미롭다. 여전히 테러와의 전쟁 중이어서 무조건 ‘샤를리다’를 옹호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유력 언론 중에 의외로 신중한 곳이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와 CNN, NBC, AP통신, 공영라디오방송 NPR 등은 샤를리 엡도의 새 만평을 싣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무슬림 독자들의 민감성을 감안했고, 만평이 지나친 공격과 불필요한 모욕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 폭스 뉴스, CBS는 게재했는데, 보수 성향의 언론들이다. 하지만 허핑턴 포스트도 게재한 것을 보면 꼭 보수 진보로 갈린 것은 아니다. 각자의 소신과 편집방향대로 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 흔히들 얘기하는 언론의 자유는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의 핵심 가치다. 한국 헌법(21조)에도, 미국 수정헌법(1조)에도 규정돼 있다. 생각을 말하거나 글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 법으로 규정하기 이전의 권리, 즉 천부인권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나라마다 적용하는 잣대가 문화나 정치 또는 국민 수준의 높낮이에 따라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샤를리다’도 ‘샤를리가 아니다’도 다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폭력성만 배제된다면 표현의 자유는 꺾일 수 없는 가치다. 인류 진전의 원동력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