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론 더 이상 의제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

입력 2015-01-20 02:44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 국가보훈처가 1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합동 보고한 통일준비 부문 업무계획 내용은 참으로 다양하다. 통일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담은 가칭 ‘평화통일기반구축법’ 제정, 한반도 종단열차 시범운행, ‘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 구성,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 등 문화 교류를 위해 서울과 평양에 ‘남북겨레문화원’ 동시 개설, 복합농촌단지 조성과 산림 협력, 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한 학교 통일교육 시간 확대 등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광복·분단 70주년인 올해를 ‘한반도 통일시대를 개막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신의주 또는 나진까지 간다는 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북한과 손잡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동 행사를 갖거나 DMZ(비무장지대)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을 전제로 한 구상이나 제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지금처럼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면서 남한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생떼를 부리는 한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최근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확고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하자 유관 부처들이 냉랭한 남북관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안들을 부랴부랴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북한에 대해 새롭고, 대범한 제의를 하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연초 남북 정상회담까지 언급했던 김정은 정권이 남측의 대화 요구를 일축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북한과의 대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경제 분야처럼 남북관계 개선도 올해가 골든타임이라고 하겠다. 북측의 자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치밀한 전략 마련과 실행에 힘써야 할 때다. 그래야 통일론이 의제로만 머물러 있는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