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킬리스에서 연락이 두절된 김모(18)군의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 10일 묵었던 호텔에서 가방과 소지품을 모두 챙겨 사라진 지 열흘이 다 됐지만 그가 이슬람 수니파 과격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19일 “가능한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김군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군이 IS에 가담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상 IS와 전혀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다. 김군이 킬리스를 여행 최종 목적지로 삼은 것이나 김군 컴퓨터에서 IS 관련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IS가 장악한 시리아 북부와 인접한 킬리스는 외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하는 경로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김군은 IS 대원들이 IS 깃발을 걸어놓고 포즈를 취한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았다. 정황증거는 이밖에도 많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와 미 의사당 총격 테러 등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병처럼 확산되고 있는 테러의 대부분이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 자택 총격도 외로운 늑대 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협이다. 때문에 예측과 예방이 매우 어렵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외국인 IS 대원은 1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출신국도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80여개국에 이른다. 지구촌 전체가 언제든지 외로운 늑대의 테러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테러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빈틈없는 공조가 절실한 이유다. 세계적으로 외로운 늑대가 증가하는 주된 요인은 소득 불평등과 종교·인종 차별 등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분노를 분출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김군이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고 한다. 중학교 중퇴 후 공교육을 받지 않은 김군은 해외 SNS를 통해 IS에 포섭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S의 주 포섭 대상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들이다.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외로운 늑대가 뿌리 내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국내 이슬람 사회를 테러단체와 동일시하는 편견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우리의 테러 대비 태세는 완벽한지 범정부 차원에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군의 신변 안전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정부는 김군이 하루 속히 부모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사설] IS, 우리 청소년을 테러리스트로 만들 셈인가
입력 2015-01-20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