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봉급생활자들이 ‘13월의 보너스’로 여겼던 연말정산 환급액이 올해부터 ‘13월의 폭탄’으로 우려되면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조삼모사식 꼼수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해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장은 19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말정산에 불만을 제기하는 납세자가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간이세액표를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간이세액표는 사업자가 매달 근로자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할 때 근거로 삼는 기준이다. 이 당국자의 말은 지난해는 원천징수 과정에서 세금을 적게 내도록 했기 때문에 이번 연말정산에 환급액도 적다는 반발이 많은 만큼 앞으로는 매달 일단 많이 납부케 하고 연말정산 때 더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가 국민을 ‘바보’로 알고 우롱하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정부·여당은 2013년 세법 개정 당시 연간 총 급여 5500만∼7000만원 근로자는 평균 2만∼3만원 세 부담이 증가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수십만원씩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정부가 산술적 평균을 잣대로 해 소득계층별 체감 세 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추계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어느 하나만으로도 세정 당국의 존재이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망설이는 대기업의 법인세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월급쟁이들의 유리알 지갑만 털어간다는 분노도 적지않다. 이명박정부 때 인하된 법인세율은 박근혜정부서도 환원되기는커녕 신성불가침처럼 여겨진다. 대기업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근로자들의 가처분소득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한 가닥 희망이었던 연말정산에서도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해 법인세는 전년 대비 2조원 줄었지만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는 각각 1조3000억원, 2조원 늘었다. 기업이 적게 낸 세금을 개인이 메웠다는 얘기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세법 재개정을 포함한 납득할만한 모든 보완 대책을 수립해야겠다. 여당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고 야당은 “공제율을 올려야 한다”고 했으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 정치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데 경제마저 심사를 들끓게 해서는 안 된다. 조세저항은 정권의 안위마저 위태롭게 하는 적신호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워야겠다.
[사설] ‘13월의 보너스’가 폭탄으로 변질돼서야
입력 2015-01-20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