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스타 예감] (4) 女 핸드볼 차세대 주자 원선필

입력 2015-01-20 01:04
광주유니버시아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로 선발된 원선필이 지난 1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보다 책임감이 더 크다”며 “한국 여자 핸드볼 발전을 위한 밀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병주 기자

핸드볼에 갓 입문한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고 “나도 저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 봤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던 원선필(21·인천광역시체육회). 그는 이제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올봄 강원관광대에 진학할 예정인 원선필은 7월 3일 개막하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표선수로 선발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원선필은 2013년 4월 8일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그해 12월 대표팀 막내로 세르비아에서 열린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지난해 7월 크로아티아에서 개최된 세계주니어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선 주장으로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의 첫 우승을 일궈냈다. 대회 ‘베스트 7’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언니들을 도와 8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라이벌 일본을 29대 19로 대파한 뒤 코트에서 ‘강남스타일’에 맞춰 한바탕 신나게 말 춤을 췄죠.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포지션은 피봇이다. 공격과 수비 때 골대 근처에서 상대 선수들과 끊임없이 몸싸움과 자리싸움을 해야 하는 피봇은 힘과 체력이 좋아야 하고 위치선정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원선필은 몸싸움 하나는 자신 있다고 했다. “국제대회에서 체격이 좋은 외국 선수들과 많이 부딪혀 봤는데 처음부터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오히려 외국 선수들이 날 무서워할 걸요. 호호호….”

백상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감독은 “원선필은 대한핸드볼협회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피봇”이라며 “몸싸움에 능하고 근성도 좋아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체력을 키우고 기술을 좀 더 가다듬는다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핸드볼이 워낙 힘든 운동이라 중간에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원선필은 성실한데다 실력까지 갖춰 ‘황금세대’를 이끌 주자로 손색이 없다”고 칭찬했다.

대표팀의 대들보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원선필은 올해도 바쁘다. 3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유니버시아드에 나서야 한다. 10월 올림픽 예선, 12월엔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소속팀에서 핸드볼코리아리그 경기도 치러야 한다.

자신만만하던 원선필도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밝았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할머니와 아버지, 언니가 제천에서 살고 있다. 남동생은 독립했다. 할머니는 2년째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아버지는 2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하다. 언니 가희(25)씨는 장애(다운증후군)를 갖고 태어났다. 원선필은 가희씨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정신연령이 낮아요. 체구도 자그마하죠. 그렇지만 영혼은 누구보다 맑은 언니예요. 그림책이나 맛있는 걸 사 주면 참 좋아해요.”

가장 노릇을 하는 원선필은 자신보다 가족이 우선이다. 해외에서 러브 콜이 와도 현재로선 관심이 없다. 가족이 경기를 보러 오면 힘이 난다고 했다.

시련이 적지 않았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역습에 나서 멀리 날려 버렸다.

“살면서, 그리고 운동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원선필은 해맑게 웃었다. 역경을 만나도 꿈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행복이란 것을 원선필은 코트에서 보여 주고 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