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유아 낫 유] 루게릭병 걸린 여자와 간병인의 아름답고 슬픈 우정

입력 2015-01-21 00:04
루게릭병에 걸린 케이트(힐러리 스웽크·왼쪽)와 간병인 벡(에미 로섬)이 쇼핑을 하는 장면. 마인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을 보셨는지. 상위 1%의 백만장자인 전신지체장애인과 그를 돌보는 무일푼 백수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영화로 유럽에서는 2100만, 한국에서는 180만 관객을 동원했다.

21일 개봉되는 ‘유아 낫 유’(You’re Not You)는 ‘언터처블’의 여성 버전과 같은 작품이다. 너무나도 다르게 살아온 두 여인이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나 쌓아가는 우정을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여성 케이트(힐러리 스웽크)는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벌이던 날 피아노 연주를 하다 실수를 하고 만다.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은 때문이다.

루게릭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케이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환자로만 대하는 주변의 시선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이 꼬일 대로 꼬인 가수 지망생 벡(에미 로섬)이 간병인으로 오게 된다.

벡은 환자를 돌본 경험이라고는 고등학교 때 할머니가 계시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게 전부다. 믹서의 뚜껑을 닫지도 않고 전원을 눌러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발에 바르는 크림을 샴푸로 착각해 머리를 감기는 등 실수투성이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진정한 친구가 돼 간다. 함께 소리를 지르고 웃고 떠들기도 하면서.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힐러리 스웽크는 수개월에 걸쳐 루게릭 환자들을 만나며 작은 감정과 생활의 변화까지 꼼꼼히 연구했다. 얼굴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굵어지고 알아들을 수 없게 변하는 목소리와 손가락 등의 미세한 움직임을 꽤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동안 도회적인 이미지를 주로 선보인 에미 로섬의 천방지축 연기도 눈에 띈다.

그런 가운데 깊어가는 우정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처음에는 벡의 엉뚱한 행동에 피식 웃다가 나중에는 케이트의 비켜갈 수 없는 운명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무대 공포증 때문에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던 벡이 극중 마지막 장면에서 용기를 내 부르는 노래는 로섬이 직접 만든 곡이다. 배우 출신 조지 C 울프 감독의 작품. 15세 관람가. 104분.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