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그린 만평을 다시 게재하면서 이슬람권 전체가 끓어오르고 있다. 니제르에서 이틀간 과격 시위가 벌어져 10명이 사망하는 등 규탄의 목소리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추가 테러를 우려한 유럽 각국은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자국내 반(反)이슬람 정서 수습에도 나섰다.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에서 17일(이하 현지시간)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샤를리 엡도 만평 반대 시위가 벌어져 5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시위가 폭동으로 변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날 니제르의 제2도시 진데르에서도 시위와 폭동으로 5명이 숨졌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러시아 잉구셰티아 자치공화국에서도 이날 1만5000여명이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인접한 체첸 자치공화국 람잔 카디로프 수장은 19일 수도 그로즈니에서 100만명이 만평 반대 행진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란에서는 한 개혁 성향 일간지가 ‘나는 샤를리다’ 문구를 1면에 실었다가 폐간조치 당했다.
파리 테러사건 이후 추가 테러 우려가 잇달아 제기되면서 유럽 각국은 경계 강화에 나섰다. 벨기에는 유대인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병력 300여명을 파견해 보안 수위를 높였다. 영국 경찰도 테러 위협 수준을 ‘심각’ 상태로 격상했다. 독일은 베를린과 드레스덴의 기차역에 대한 테러 가능성 때문에 경계수위를 높였다. 이슬람권을 향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은 19일 도심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이슬람 시위 개최를 금지했다. 독일의 반이슬람을 주도해온 ‘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 측도 시위 지도부에 대한 테러 위협 때문에 19일 드레스덴에서 예정됐던 정례 월요시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테러 사건 후 지난 14일 500만부를 발행했던 샤를리 엡도는 다음 주 발행부수를 200만부 더 늘려 프랑스 언론 역사상 최다인 700만부를 발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언론 ‘르 주르날 뒤 디망쉬’는 여론조사 기관 IFOP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샤를리 엡도의 무함마드 만평에 대해 응답자의 42%가 ‘무슬림을 고려해 발행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57%는 ‘계속 발행해도 된다’고 밝혔다.
한편 샤를리 엡도를 습격한 테러범 중 한 명인 사이드 쿠아치가 생전 살던 지역에 매장됐다고 현지 BFM TV가 보도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성지’가 되지 않도록 묻힌 위치는 비밀에 부쳐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슬람권 ‘反샤를리 엡도’ 시위 격화
입력 2015-01-19 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