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향기… 박지성 닮은 이정협, 이운재 연상 김진현

입력 2015-01-19 03:52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슈틸리케호’의 공격수 이정협(24·상주 상무)과 수문장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두 선수는 ‘히딩크호’의 박지성(34)과 이운재(41·이상 은퇴)를 떠올리게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무명이었던 박지성과 이운재를 중용해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키워낸 것처럼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역시 무명인 이정협과 김진현을 발탁했다.

◇또 일낸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육군 상병 이정협은 17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A조 3차전에서 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4일 A매치 데뷔전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첫골을 넣은 이정협은 A매치 출전 4경기 만에 2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정협의 결승골 덕분에 A조 조별리그 3연승(승점 9)을 거두며 호주(2승1패·승점 6)를 제치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찾아낸 ‘원석’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이정협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K리그의 평범한 공격수였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대부분 교체로 52경기에 출전해 6골에 그쳤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발탁했다.

무명이었던 박지성도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에게 발탁돼 대표팀의 해결사로 거듭났다. 박지성은 이후 유럽으로 진출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넘버 3’ 골키퍼의 반란=한국은 호주전에서 김진현의 슈퍼세이브가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김진현은 후반 43분 한국 수비진을 단독 돌파한 로비 크루스(레버쿠젠)의 오른발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내 한국의 승리를 지켜냈다.

김진현 대표팀 골키퍼 3명 가운데 이름값에서 가장 뒤진다. A매치에 64회 출전했으며 두 차례나 월드컵 본선에서 골문을 지킨 정성룡(30·수원 삼성)은 경험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김승규(25·울산 현대)는 2014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전에서 여러 차례 멋진 선방을 보여 주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에서 주전으로 떠오르는 골키퍼는 ‘무명’ 김진현이다. 김진현은 슈틸리케호가 출범한 지난 10월 이후 치러진 총 8차례의 A매치에서 5차례 선발 기회를 잡았다.

김진현은 동국대를 중퇴한 뒤 2009년부터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해 왔다. 2013년에는 44경기를 뛰며 32골을 내줘 0점대 실점률(0.94골)을 기록했다. J리그 사간 도스를 이끌던 윤정환(울산)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직전 “이렇게 잘하는 김진현을 (한국 대표팀이) 왜 안 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우즈베키스탄이 18일 B조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3대 1로 이기며 2승1패를 기록, 3승의 중국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이로써 A조에서 조 1위를 차지한 한국은 22일 멜버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준준결승을 치르게 됐다. B조의 북한은 중국에 1대 2로 패배하며 3전 전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