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黨心 잡아라” 사활 건 호남 대회전

입력 2015-01-19 03:37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세 후보가 18일 전남 화순군 화니움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전남도당 정기 대의원대회 및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제각각의 표정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박지원 의원(왼쪽)이 안경을 고쳐 쓰는 사이 문재인 의원(오른쪽)은 손수건으로 코를 풀고 있고, 이인영 의원은 입을 꽉 다물고 있다.연합뉴스
‘야당의 성지’ 광주·전남에서 18일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광주·전남은 권리당원이 8만여명으로 새정치연합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후보들은 모두 ‘김대중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저마다 ‘광주의 적자(嫡子)’, ‘호남정치 복원’, ‘세대교체’ 등을 강조하며 차별점을 부각했다.

문재인 의원은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연이어 열린 합동연설회 연설에서 ‘이기는 정당’ ‘유능한 경제 정당’을 강조했다. 문 의원은 박지원 이인영 의원을 겨냥해 “어떤 분은 계파 갈등을, 또 어떤 분은 세대교체를 말하지만 국민 삶에서 동떨어져 있는 게 우리 당 위기의 본질”이라며 “국민과 당을 잇는 대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광주의 적자가 되고 싶다. 광주가 다시 문재인을 선택해 김대중·노무현의 적통을 잇게 해 달라”고 했다.

문 의원은 “지금 당장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꾸지 않으면 엄청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박지원 의원은 문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저는 중앙당에 한번 못 가고, ‘하방’하라는 지시에 따라 호남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며 “문 의원은 호남에서 9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패했다. 심지어 자기 고향에서도 졌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명박, 박근혜정부가 호남을 노골적으로 차별했지만 당은 무기력하고 무관심했다. 대통령 후보를 한 사람으로부터 호남 차별을 거론하는 소리를 2년간 한 번도 못 들었다”며 지역정서를 자극했다.

친노계(친노무현)에 대한 비판에도 거침이 없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친노가 (당을) 독점하고 지난 공천도 친노가 다 했다. 이제 당권도 대권도 모두 쥐겠다고 한다”며 “문재인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갖는다면 욕심”이라고 말했다. 또 “2년 반 전에 ‘친노가 청와대·정부에 안 들어간다’고 성명을 발표했으면 문 의원은 여기 있지 않고 청와대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과거 ‘40대 기수론’을 내세웠던 김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이 의원은 “반독재 민주화의 길에서, 정권교체의 길에서 단 한순간도 사리사욕이라고는 없었던 그의 이름을 가리켜 우리는 김대중이라 불렀다”며 “다시 김대중의 길을 가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대중의 전국정당론만을 부둥켜안은 채 대중정당의 길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당심은 엇갈렸다. 화순에서 만난 대의원 정광헌(64)씨는 “박 의원은 다른 분에 비해 정보력과 강한 리더십이 있다”며 “문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국회의원직도 유지하면서 책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당원 이오섭(60)씨는 “호남에서는 대권 후보는 지켜줘야 하지 않느냐는 정서가 있다”면서 “박 의원의 연설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지나치게 문 의원 비판에 치우쳤다”고 말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당원도 적잖았다. 광주 당원 박명호(66)씨는 “호남에서는 박 의원이 가장 유리하겠지만 아직 세 후보 다 마음에 들진 않는다”며 “총선 전에 야권이 헤쳐모이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합동연설회에는 전남 2000여명, 광주 1500여명의 대의원·당원이 운집했다. 지지 후보가 연설을 하면 이름을 연호하고, 경쟁 후보가 연설을 하면 야유도 터져나오는 등 열기도 고조됐다.

광주 화순=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